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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인권유린 무관심한 한국에 실망"

Posted November. 04, 201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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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유엔 인권위원회에 제출하는 북한 인권 최종보고서에서 중국의 책임을 철저히 묻겠다. 또 북한 인권에 대한 한국의 무관심에 실망했다.

미국 워싱턴을 마지막으로 3개월간의 북한 인권 침해 실태조사를 마친 마이클 커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장(사진)은 지난달 31일 동아일보와 단독으로 만나 보고서에 별도의 중국 섹션을 만들어 탈북자 강제 북송 등 북한의 인권 침해를 방조하는 중국의 실태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틀간의 워싱턴 공청회를 마친 뒤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한미연구소에서 만난 커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열렸던 중간보고 당시의 분위기도 전했다. 그는 16개 참가국의 비난은 북한보다 난민보호 국제조약 준수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중국에 집중됐다며 중국 대표에게 악수를 청했지만 그는 화난 모습으로 회의가 끝나자마자 나가버렸다고 말했다.

올 3월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채택된 북한 인권결의에 따라 구성된 북한인권위원회는 8월부터 서울, 도쿄, 런던, 워싱턴에서 공청회를 열어 고문 기아 성학대 등 북한의 인권유린 참상에 대한 증언을 들었다. 커비 위원장은 공청회 증언과 인공위성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종합해 내년 1월 보고서를 작성해 3월 인권위원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커비 위원장은 현장 조사가 허용되면 북한 정치범수용소로 가장 먼저 달려갈 것이라며 수용소는 인권침해의 집산지로 가장 심각한 침해가 일어나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와 북한 정부 앞으로 3차례 서한을 보내 북한에 입국해 조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첫 번째 서한에 대해 북한 정부를 모략하는 정치적 공작에는 협조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 서한에 대해서는 답변조차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커비 위원장은 북한에 보낸 서한에서 김 위원장 면담도 요청했다며 그를 만나면 왜 나라가 이 지경이 됐느냐고 묻고 싶다고 밝혔다.

35년 경력의 호주 대법원 판사 출신인 그는 판사로서 가슴 아픈 사연을 많이 접했지만 탈북자들의 증언은 74세인 나를 눈물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기억에 남는 증언으로 생후 2개월인 남자 아기가 15세 누나의 품에서 굶어 죽었다는 워싱턴 탈북자의 증언, 중국 장애인 남성과 결혼한 탈북 여성이 공안에 적발되지 않으려고 자식을 익사시켰다는 서울 탈북자의 증언 등을 꼽았다.

커비 위원장은 북한 인권침해 해결책으로 거론되는 북한 지도부의 국제형사재판소(ICC) 제소 방안을 보고서에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선 안보리 회원국인 중국이 ICC 제소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커비 위원장은 한국에 실망했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할 정도로 북한 인권 문제에 무관심한 한국을 두 차례나 질타했다. 올 8월 한국에서 열흘 동안 머물며 조사를 벌였는데 일부 북송포로 가족과 탈북자들을 제외하고는 사회적 관심이 너무 없어서 놀랐다는 것. 그는 텅 빈 공청회장을 보며 한숨이 절로 나왔다고 말했다.

커비 위원장은 특히 한국 젊은이들의 무관심이 안타까웠다며 독일 통일 전 서독은 달랐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독 비밀경찰의 인권유린 실태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베를린대를 중심으로 서독 대학생들의 문제 제기가 중요한 계기가 됐다며 한국 젊은이들은 북한 인권 문제를 세상에 알리는 데 조연이 아니라 주인공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