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불황속 알코올중독 환자 급증

Posted January. 19, 2009 03:04,   

ENGLISH

16일 경기 의왕시 오전동의 알코올질환 전문병원인 다사랑병원 진료실.

50대 초반의 김모(경기 일산시 대화동) 씨가 담당의사와 상담치료를 하고 있었다. 표정은 어두웠지만 자신의 처지를 또박또박 밝혔다.

김 씨는 지난해까지 번듯한 건설회사 대표였다. 하지만 하반기에 환율이 급등하면서 원자재 값이 상승해 자금 사정이 나빠졌다. 거래업체가 부도나면서 김 씨의 회사도 부도가 났다. 형편이 나빠지자 유학하던 김 씨의 아들은 공부를 포기하고 귀국했다.

이후 김 씨는 자주 폭음을 하게 됐다. 술에 취하면 폭언을 하는 등 성격이 폭력적으로 변해갔다. 결국 아내의 설득으로 병원을 찾은 후에야 자신이 알코올의존증(알코올중독)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상담 건수-입원환자 크게 늘어

경기 침체로 삶이 힘들어지면서 술에 의지하는 사람들이 늘고 이에 따라 알코올의존증에 빠지는 사람이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06년 14만7886명이던 알코올의존증 진료 환자는 2007년 17만1308명, 2008년 18만2000명으로 2년 만에 23% 증가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가 본격화한 지난해 912월의 경우 6만4215명으로, 2007년 같은 기간의 5만9785명보다 7.4% 늘었다.

다사랑병원 김석산 원장은 알코올의존증 상담 건수는 2007년 1063건에서 지난해 1805건으로 한 해 사이 크게 늘었으며 입원환자 수도 2007년 147명에서 지난해 679명으로 4배 정도 늘었다며 경기 침체로 인해 구조조정을 당하거나 직장을 잡지 못해 남는 시간에 술을 마시다 알코올에 의존하게 됐다는 환자들의 상담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실물경기 어려운 올해 더 경계해야

최근 알코올의존증의 특징은 저소득층뿐 아니라 중소기업 대표, 전직 대기업 간부 등 중산층 이상 계층에서 급작스러운 삶의 변화로 알코올중독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

대기업 과장으로 연봉 7000만 원을 받다가 2007년 구조조정으로 인해 회사를 그만둔 이모(47경기 용인시) 씨가 대표적인 사례.

이 씨는 택시운전, 대리운전 등을 알아봤지만 직장을 구하지 못했고 결국 아내와 이혼까지 하게 됐다. 아내와 직장을 모두 잃은 이 씨는 술에 의존하게 됐고 과도한 음주로 인해 지난해 말 병원에 입원했다.

전문가들은 직장을 잃거나 취업이 되지 않을 경우 괴로움을 덜기 위해 한두 잔 습관적으로 술을 마시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 알코올의존증 환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경기가 더 어려워지는 올해엔 사회 전체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기독교금주운동본부 박우관 본부장은 치료가 당장 필요한 잠재적 알코올의존증 환자는 300만 명, 언제든지 문제가 될 수 있는 알코올남용 환자는 600만700만 명에 이른다며 올해 실물경기가 더 나빠지면 잠재적 환자들이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으므로 사회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윤종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