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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본 사람 없나요 천막촌마다 피맺힌 절규

우리 가족 본 사람 없나요 천막촌마다 피맺힌 절규

Posted May. 15, 2008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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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진 발생 사흘째인 14일 가장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쓰촨() 성 몐양() 시는 임시 천막이 즐비하게 늘어선 난민촌의 모습이었다.

32년 만의 강진으로 평온한 삶이 송두리째 흔들린 이재민들은 천막 속에서 추위와 공포에 떨며 연락이 두절된 가족들의 생사 여부를 챙겼다.

길가에 쳐진 천막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던 왕추이주(40여) 씨는 여진이 아직도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어 집에 들어갈 엄두를 못 내고 있다며 불안해했다.

몐양 시에는 일부 식료품 가게와 슈퍼마켓 등 생필품을 파는 가게만 문을 열었을 뿐 대부분의 상점들은 여진의 두려움으로 문을 닫았다. 가장 많은 이재민이 모여 있다는 주저우() 체육관을 찾았다.

우리 남편과 아들을 못 보았나요=1만2000여 명의 이재민을 수용한 주저우 체육관은 발 디딜 틈도 없었다. 체육관 밖에도 임시 천막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지만 연락이 끊긴 가족들을 찾아 나선 사람들까지 몰려들어 체육관 안팎에는 약 5만 명의 사람들이 북새통을 이뤘다.

경찰은 체육관 1km 전방부터 교통 통제를 해 차량 진입을 막았지만 체육관 앞길에선 이재민들과 차들이 뒤엉켜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베이촨() 현 퉁커우() 진에서 왔다는 농민 장융(43) 씨는 여동생 3명을 아직도 찾지 못했다며 동생들 이름을 큼지막하게 적은 골판지를 들고 다니며 천막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베이촨 현에서 온 추이훙메이(27여) 씨는 퉁퉁 부어오른 눈으로 천막촌 사람들을 붙들고 남편과 7세 된 아들의 안부를 묻고 있었다.

회사 문 닫고 이재민 돕기 나서=지진 피해를 보지 않은 주민들은 옷과 이부자리, 돗자리, 생수, 응급약품 등 구호물품을 끊임없이 가져다 날랐다. 시 중심가의 맥도널드 가게는 햄버거 전부를 이재민들이 있는 체육관으로 가져온다고 했다.

대학생, 회사원, 경비원, 주부 등 자원봉사자들은 청소하고, 노약자들을 돌보고, 구호 물품을 나눠주고, 식사를 배급하는 일을 도왔다.

몐양사범학원 3학년 이뤼잉(23여) 씨는 TV를 보고 자원봉사자가 필요할 것 같아 친구들과 나왔다며 너무 많은 사람이 가족들을 찾지 못해 우리도 마음이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중국 언론들은 14일 이번 지진으로 인한 비공식 사망자 수가 1만9565명으로 2만 명에 육박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사망자 수에 매몰된 사람들과 행방불명된 사람들까지 합치면 피해자는 10만 명이 넘는다.

중국 인민해방군과 무장경찰은 14일 진앙인 원촨() 현에 처음 들어가 구조작업을 벌이기 시작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하종대 구자룡 orionha@donga.com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