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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좀 잡시다

Posted November. 28, 2007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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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잠이 생명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생명활동을 유지해 주는 필수적인 과정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 시카고대의 앨런 레히트샤펜 박사 연구팀이 한 쌍의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잠을 빼앗긴 지 2주일이 지난 쥐는 피부가 탄력성을 잃기 시작했고 몸무게가 크게 줄었다. 아무리 먹어대도 마치 굶은 것처럼 마르다가 34주일이 지나자 포유류의 최대 적응능력인 체온조절 능력마저 상실하고 면역기능이 떨어져 죽어 버렸다. 반면 잠을 잘 잔 쥐는 똑같이 먹었어도 통통하게 살이 오른 채 살아남았다는 것.

잠은 어떤 과정을 거쳐 생명체에 영향을 미칠까.

눈이 감긴 채 의식 활동이 쉬는 상태. 표준국어대사전에 표현된 잠에 대한 정의다. 이렇듯 많은 사람은 잠이 드는 순간 마치 전깃불이 꺼지듯 뇌의 기능이 정지됐다가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다시 켜진다고 생각한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수면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뇌는 자는 동안에도 깨어 있다. 미국 시카고대의 과학자 유진 아세린스키와 너새니얼 클라이트먼은 1953년 사람은 잘 때도 일정 시간은 뇌파가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움직이며 동시에 눈알도 상하좌우로 움직인다(REM 수면상태)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 많은 수면연구가가 잠에 대해 연구한 결과 다양한 사실이 밝혀졌다.

사람은 자면서 항상 꿈을 꾼다. 자는 동안에도 뇌가 활성화돼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론이다. 수면 연구의 대가인 미국 하버드대 의대 정신과 앨런 홉슨 교수에 따르면 꿈꾸는 동안에는 뇌에서 기억과 이성을 담당하는 부분이 활성화되지 않고 감성을 담당하는 부분만 활성화된다고 한다. 그래서 꿈을 꾸고 나서도 자신이 꿈을 꿨다는 사실을 잊어 버린다는 것. 다만 무서운 꿈을 꾸는 순간 깨어나면 짧은 순간에 의식이 돌아오면서 꿈을 기억하게 된다.

꿈은 흑백이라고들 말한다. 원래 모든 꿈은 컬러로 생생하게 꾸지만 기억을 잘 하지 못해서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

꿈은 인간의 무의식과 감춰진 성적 욕망의 상징이라는 프로이트의 해석은 틀렸을 가능성이 높다. 일반인들은 꿈의 내용이 미래를 예언하거나 무의식을 상징한다는 것을 믿고 싶어 하지만 실제로 꿈은 그런 의미가 없을 개연성이 높다.

수면 중에는 뇌가 활성화되면서 뇌에 있는 정보를 다시 정리하고 필요 없는 기억을 삭제한다. 새로운 경험을 기억시스템에 통합해 기억을 업데이트한다. 따라서 밤을 새워 공부한다고 시험성적이 더 잘 나올 리 없다. 잠을 자야 필요한 정보가 정리되기 때문이다.

뇌는 잠을 잘 때나 깨어 있을 때나 똑같이 활성화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사람이 잠을 자면 운동을 담당하는 뇌의 기능이 억제된다. 따라서 많은 사람이 꿈에서 절벽에서 뛰어내리거나 도망을 가더라도 실제 몸은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또 이성이나 판단을 담당하는 기능도 활성화되지 않는다.

자면서 정서적 능력이 강화된다는 건 중요하다. 사람들은 상대방에게 언제 다가가고 언제 두려움을 느끼고 언제 달아나고 언제 관계를 맺어야할지 판단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이처럼 중요한 잠을 뺏는 구조다.

서울대 신경정신과 정도언 교수는 대인 관계 문제, 승진, 감원, 입시 등 현대인에게 천의 얼굴로 찾아오는 스트레스는 낮에 마신 커피 등 카페인과 더불어 잠을 쫓아낸다며 인터넷 문화, 밤새워 술을 마시는 문화 등도 잠에 해롭다고 말했다.



하임숙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