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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상습 성폭행 강도 밤길 누굴 믿나

Posted September. 21, 2007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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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경찰관이 자기 관내와 인접한 지역에서 부녀자들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돈을 빼앗다가 붙잡혔다.

이 경찰관은 가족들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해 성폭행을 당한 여성을 은행에 보내 돈을 찾아오도록 하는 등 극악한 행동을 일삼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경찰관은 경제적 문제로 내부 관리대상으로 분류돼 있는데도 흉악 범죄를 계속 저지른 것으로 나타나 경찰의 인력 관리에 중대한 허점을 드러냈다.

흉악범 뺨치는 범행

경기 일산경찰서는 20일 강도강간 등의 혐의로 고양경찰서 원당지구대 이모(39) 경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경사는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반경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고양종합운동장 앞 공영주차장에서 차에 시동을 걸던 여성 A(33) 씨를 흉기로 위협해 뒷자리에 올라탔다. 그는 호수공원 근처 으슥한 곳으로 이동한 뒤 A 씨를 성폭행하고 현금카드로 619만 원을 빼냈다.

이에 앞서 1월 25일 밤 이 경사는 같은 장소에서 B(43여) 씨를 납치해 B 씨 신용카드로 950만 원을 인출해 빼앗았다. 또 2월 8일 밤에는 C(34여) 씨를 납치해 325만 원을 빼앗은 뒤 변태적인 성행위를 강요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이 경사가 늦은 밤 시간에 여성이 혼자 탄 승용차를 골라 뒷자리에 올라탄 뒤 흉기로 위협해 테이프로 손발을 묶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이 경사는 은행 점포 앞으로 피해 여성을 태우고 가 신용카드로 돈을 찾아오도록 시켜 폐쇄회로(CC)TV의 촬영을 피하기도 했다. 또 이 과정에서 피해 여성의 신분증을 빼앗고 신고하면 주소를 보고 집에 찾아가 가족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한 것으로 확인됐다. 추가 범행 수사

같은 장소에서 반복해 범행을 저지른 범인을 잡기 위해 잠복근무하던 경찰은 19일 오후 8시 반 고양종합운동장 앞 공영주차장에서 또 다른 여성을 납치하려던 이 경사를 현장에서 붙잡았다.

길 건너 건물에서 잠복하던 형사들이 범행을 확인하고 달려간 순간 이 경사는 이미 피해 여성을 완전히 제압해 손발을 묶고 떠나려는 순간이었다.

불과 3, 4분 사이였을 정도로 이 경사는 범행에 익숙했다. 그는 뒤를 막아선 동료 경찰관의 순찰차를 들이받고 도주를 시도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 경사가 지금까지 드러난 납치강도 3건 외에 2차례 범행을 저지르려 했으나 여성들이 승용차 문을 열고 달아나는 바람에 미수에 그친 사실도 확인했다.

경찰은 또 2004년 이후 지난해까지 고양시, 파주시, 의정부시, 양주시에서 동일인이 저지른 14건의 강도강간 사건이 이 경사와 관련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협조를 얻어 DNA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인력관리 치명적 허점

1989년 순경으로 임용된 이 경사는 1997년 금품수수 혐의로 해직됐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고 이듬해 복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이 경사가 형의 빚보증을 섰다가 월급 대부분을 차압당하는 등 경제 문제를 겪어 왔으며 이 때문에 내부적으로 관리대상으로 분류돼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 때문에 매달 지구대장이 근무 태도를 점검해 서장에게 보고하도록 되어 있지만 9개월에 걸쳐 반복된 그의 범행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경기지방경찰청은 책임을 물어 고양경찰서 생활안전과장과 원당지구대장, 순찰팀장 등 이 경사의 직속 상관 3명을 직위 해제했다. 경찰청은 감사에 착수했다.



이동영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