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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관료사회 뇌물없인 작동안해

Posted December. 28, 2006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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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이 내놓은 북한체제의 내구력 평가(본보 27일자 A2면 참조)에는 외부세계에 알려지지 않은 북한사회의 비밀스러운 부분들이 공개돼 있다. 특히 고위층 출신 탈북자 12명이 심층면접에서 털어놓은 북한 내부의 실상은 북한체제가 왜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 많다.

북한은 거대한 뇌물 공화국=북한의 관료사회는 이제 뇌물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게 고위층 탈북자들의 한결같은 증언이다.

탈북자 K 씨는 간부들 사이에서 아래 간부가 위 간부에게 주고, 그 간부는 그 위의 간부에게 주는 식으로 연쇄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같이 만연된 뇌물수수의 관행 속에서 뇌물의 공정가가 매겨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탈북자 J 씨는 상류층의 경우 결혼식 축의금으로 1만 달러 정도가 건네진다. 혹은 5000달러, 3000달러인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탈북자 L 씨도 북한사회에서는 뇌물의 시장화가 이뤄져 뇌물에는 가격이 매겨져 있다며 해외유학을 보내기 위해서는 얼마, 대학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얼마라는 식이다고 말했다.

군보다는 당이 우위=주민에 대한 효율적인 통제와 사회안전 유지 업무를 담당하는 양대 공안기구인 국가안전보위부와 인민보안성 간에 상당한 갈등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자 C 씨는 두 기관원에 대한 대우가 다르다. 국방위원회 직속에 있는 보위부의 권력이 더 세고 보수도 높아 보안성이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군이 모든 것보다 앞선다는 선군()정치하에서 군이 최고의 권위를 가지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고위층 탈북자들은 당이 군에 앞선다고 설명했다. 탈북자 L 씨와 K 씨는 군에 대한 인사권을 당이 장악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군은 당의 지도를 받는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아버지보다 여성들에게 인기 없어=김 위원장이 고 김일성 주석보다 여성들에게 인기가 덜한 것은 키가 작고 배도 나오고 못생겨서라고 말한 고위층 탈북자도 있었다.

또한 북한에서도 한류의 열풍이 위력을 떨치고 있다고 한다. 탈북자 C 씨는 몰래 남한 비디오를 보는 것을 처벌했지만 이제는 처벌하지 않는다. 비디오를 유포하는 사람들만 처벌한다며 보위부원들도 그것을 회수해서 몰래 본다고 말했다.

또 20, 30대 여성들이 몸을 파는 대가로 받는 돈은 5달러 수준이라는 증언도 나왔다. 이 밖에 고위층 탈북자들은 못사는 사람들이 못사는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북한에는 스트레스가 적고 대머리도 별로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태원 taewon_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