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북과 협의없이 개발 세계유산 단독등록 노려

북과 협의없이 개발 세계유산 단독등록 노려

Posted September. 05, 2006 06:53,   

ENGLISH

산자락 곳곳이 건설현장=1일 오전 지린() 성 바이산() 시 푸쑹() 현 쑹장허() 진에서 백두산 천지 쪽으로 10.6km가량 떨어진 백두산국제공항 건설현장.

자작나무 숲이 끝없이 이어지는 백두산 자락의 공사현장엔 땅고르기 작업이 한창이다. 창바이산보호개발구관리위원회(창바이산관리위)의 자료에 따르면 115130명이 타는 B737 소형 여객기가 주로 뜨고 내리는 공항이라지만 공사장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드넓다. 길이와 너비가 각각 57km, 23km는 돼 보인다. 활주로 길이가 2.6km로 설계돼 점보 비행기도 뜨고 내릴 수 있다.

공사현장 곳곳엔 굴착기과 트럭, 불도저가 수십 대씩 서 있다. 건설인부 가운데엔 민간인뿐 아니라 인민해방군 공군 제8공정 총대()의 부대도 보인다. 공사 관계자들과 인근 주민들은 유사시 군사용 공항으로 쓰일 것이라고 쑥덕거렸다.

3억980만 위안(약 373억 원)이 투입되는 이 공항은 베이징() 올림픽 개막 직전인 2008년 8월 초 문을 연다. 연간 수송능력은 54만 명. 중국 남방에서 오는 내국인을 비롯한 내외국인 관광객 유치가 목적이다.

옌볜() 조선족자치주 안투() 현 얼다오바이허() 진에서 쑹장허 진으로 가는 도로 중간엔 얼다오바이허 진과 허룽() 시 구간을 잇는 철로 공사가 한창이다.

100km 남짓한 이 철로가 연결되면 지린 성의 성도인 창춘()에서 지린옌지()허룽백두산(얼다오바이허)바이산퉁화()로 이어지는 중국 동북동부 철도가 순환선처럼 하나로 연결된다.

백두산의 북, 서, 남 3곳의 등산로 외곽을 연결하는 얼다오바이허쑹장허만장()창바이 구간의 도로는 현재 곳곳에서 확장 포장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주로 임도()인 이곳은 아직도 비포장 구간이 절반에 이른다.

북, 서, 남 3곳의 등산로 입구(산문)를 연결하는 백두산순환도로는 현재 설계 단계. 자가용을 몰고 오는 관광객을 위해 창춘쑹장허 구간 등 고속도로 3개 노선이 추가로 건설된다.

백두산순환도로를 축선으로 허핑() 지역은 휴가시설, 싼화() 지역은 건강휴식시설, 워룽() 지역은 국제회의시설, 츠시() 지역은 교통축선, 왕톈어() 지역은 스키장으로 특화해 관광객의 만족도를 최대한 높인다는 구상이다.

백두산을 청정녹색 브랜드로=중국의 백두산 활용은 단순히 관광산업에 그치는 게 아니다. 인삼, 광천수부터 약초, 지열, 녹색식품 판매까지 전방위적이다. 현재 개발하려는 녹색산업 브랜드만 20여 종.

당초 푸쑹 현에 많았던 인삼밭은 현재 안투 현까지 북쪽으로 올라왔다. 안투 현의 쑹장허 진완바오() 진에 이르는 구릉지대에는 파란 비닐에 덮인 인삼밭이 수두룩하다.

세계시장의 57%를 차지하고 있는 창바이 산 인삼은 가격이 한국 인삼의 20% 안팎에 불과하지만 청정의 백두산 이미지가 추가될 경우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백두산 생수는 지린 성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브랜드. 지린 성은 최근 백두산 생수를 유럽 알프스산 생수, 러시아 카프카스 산맥에서 나오는 청정수와 함께 세계 3대 생수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지린성은 이미 창바이 산 광천수 산업발전 추진 팀까지 꾸린 상태다.

북한과 협의 거의 전무=이처럼 중국은 백두산을 대규모로 개발하면서도 백두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북한과 거의 협의를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백두산 프로젝트에는 북한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게 적지 않다. 먼저 백두산순환도로는 북한 구간을 연결하지 않으면 완성이 불가능하다. 남쪽에서 올라가는 등산로는 정상에 오르더라도 북한 땅으로 발을 옮기지 않으면 천지가 보이지 않는다. 결국 북한의 협조 없이 백두산을 개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그러나 중국은 단독 개발을 강행하고 있다. 북한을 끌어들일 경우 백두산을 중국과 북한이 함께 소유하는 것으로 비치는 게 싫은 데다 중국이 단독으로 백두산을 세계유산에 등록하는 데도 방해가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엄연히 중국과 북한이 공동 점유하고 있는 백두산을 중국이 단독으로 세계유산에 등재하는 것은 국제관례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절대 용납해서도 안 된다는 게 대다수 학자의 지적이다.



하종대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