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새누리당 친박지도부 퇴진하고 당 ‘해체’ 각오 보여라

새누리당 친박지도부 퇴진하고 당 ‘해체’ 각오 보여라

Posted November. 14, 2016 07:27,   

Updated November. 14, 2016 07:37

ENGLISH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과 비주류 중진들이 어제 비상시국회의를 열고 “건강한 보수의 가치와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서는 지금의 새누리당으로는 안 된다”면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 해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국정 정상화를 위해선 거국내각 구성이 시급하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모든 것을 내려놓으라고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 퇴진과 탄핵을 언급한 사람도 있었다. 새누리당 내에서 이런 주장이 나왔다는 것은 상식적인 해법으로는 ’촛불 민심‘을 진화하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새누리당이 제대로 된 정당이라면 지도부에서, 그것도 그동안 박 대통령의 그늘에서 권력을 누려온 친박(친박근혜)의 입에서 먼저 이런 목소리가 나왔어야 했다. 국민은 작금의 사태와 관련해 박 대통령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에도 그 책임을 묻고 있다. 한국갤럽의 11월 둘째주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은 17%로 더불어민주당 31%의 거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17% 지지율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최저다.

 그런데도 친박 세력은 여전히 당권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있다. 어제 이정현 대표와 최고위원들은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내년 1월 21일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조기 전당대회를 개최키로 했다. 이 대표는 “여야 협의를 거쳐 국무총리가 임명되고 중립내각이 출범하는 즉시 일정에 상관없이 당 대표직을 내려놓겠다”는 말도 했다. 그동안 이 대표가 “밀려서는 절대 사퇴 안 한다”고 고집 부리던 태도와 달라지긴 했지만 이 정도의 타협책으로는 당내 비박계와 야당은 물론이고 국민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대표는 10일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를 제값으로 대접해준 사람은 박 대통령이 유일하다.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어도 인간적 도리를 다해야 한다”고 했지만 지금은 그런 주인을 섬기는 머슴 같은 의리에 연연할 때가 아니다.

 국민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친박 지도부가 그대로 자리보전을 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박 대통령도 구하지 못하고 새누리당도 함께 공멸할 수밖에 없다. 현 지도부는 즉각 퇴진하고 새누리당은 재창당이든 발전적 해체든 건전하고 합리적인 보수의 싹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