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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덴마크 통해 메르켈 등 유럽 정치인 도청”

“美, 덴마크 통해 메르켈 등 유럽 정치인 도청”

Posted June. 01, 2021 07:34   

Updated June. 01, 2021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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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2012∼2014년 덴마크 국방정보국(FE)과 손잡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유럽 고위 정관계 인사들을 도청했다고 덴마크 언론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당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으로 재직하던 때다.

 이날 덴마크 공영라디오 DR와 독일 언론들은 NSA와 FE가 ‘던해머(Dunhammer) 작전’으로 불리는 감시 프로젝트를 통해 독일 프랑스 노르웨이 스웨덴 등 유럽국 정치인과 고위 관료를 감시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NSA는 덴마크 인터넷 케이블망과 ‘크라운 주얼(왕관의 보석)’로 불리는 덴마크 첩보 시스템을 이용해 메르켈 총리,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당시 독일 외교장관, 페어 슈타인브뤼크 당시 독일 야당 대표 등을 도청했다. NSA는 이들의 전화 통화 내용과 문자메시지뿐 아니라 채팅 애플리케이션 메시지 등 ‘스마트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수집했다.

 도청 대상국으로 보도된 나라들은 일제히 분개하며 미국과 덴마크를 비난했다. 옌스 홀름 스웨덴 하원의원은 “극도로 가증스럽고 황당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에우둔 뤼스바켄 노르웨이 사회당 대표는 “심각하고 불안한 배신행위”라고 했다. 파트리크 젠스부르크 독일 연방의회 하원의원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영국 등 유럽 언론은 일제히 이번 사건을 전한 반면 미국 주요 언론은 이날까지 관련 보도를 다루지 않았다.

 NSA의 도청 파문은 처음이 아니다. NSA와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컴퓨터 엔지니어로 일했던 에드워드 조지프 스노든은 2013년 NSA의 민간인 사찰 프로젝트 ‘프리즘’을 폭로했다. 스노든은 지난달 30일 트위터에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스캔들에 깊이 관여돼 있다”고 밝혔다.


이은택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