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마구잡이 퍼주기 경쟁으로 가는 지자체 보편 재난지원금

마구잡이 퍼주기 경쟁으로 가는 지자체 보편 재난지원금

Posted February. 09, 2021 07:38   

Updated February. 09, 2021 07:38

中文

 4차 재난지원금 선별·보편 동시 지급 문제를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기획재정부의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경기 울산 등 광역 지방자치단체와 일부 기초지자체들이 자체적인 보편 재난지원금 지급에 속속 나서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정도, 재정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옆 지자체와 비교해 “우린 왜 안 주느냐”며 주민들이 항의하는 지자체도 많다고 한다.

 1조4000억 원 예산을 들여 도민 1인당 10만 원의 ‘재난기본소득’을 나눠주기로 한 경기도에선 1주일 만에 도민 절반 이상이 지원금을 신청했다. 울산에선 전체 46만8500 세대의 60%가 지원금을 받아갔다. 수장이 공석인 서울시는 이달 초 1조4852억 원을 ‘선별’지급하는 방침을 밝혔다가 다수의석을 차지한 민주당 시의원들이 보편지급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방향을 틀 분위기다. 226개 전국 기초지자체 가운데 25곳도 보편지원 행렬에 합류했다. 나머지 지자체장들도 내년 6월 전국 동시 지방선거를 의식해 주민들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재정만 뒷받침된다면 주민에 대한 지자체의 지원은 필요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재정자립도 59%인 경기도, 52%인 울산 등 사정이 나은 지자체가 앞장서 보편지원을 치고나가고 형편이 안 되는 지자체들이 따라하는 건 문제가 있다. 전국 광역시도 중 재정자립도가 가장 낮은 전남에선 22개 기초지자체 중 12곳이 1인당 10만∼25만 원의 재난지원금 지급을 약속했다. 대부분은 재정자립도 10% 안팎이다. 이렇게 부족한 재정에서 지원금을 빼 쓰다보니 자연재해 대비용으로 쌓아두는 광역지자체 재난관리기금이 지난해에 절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작년 전국의 지자체들이 지역주민에게 지급한 재난지원금 7조3841억 원 중 72%인 5조2913억 원이 주민들에게 골고루 나눠주는 보편지원에 쓰였다. 풀린 돈이 지역의 소비 진작에 일부 효과가 있다 해도 용돈처럼 전 주민에게 돈을 나눠주는 건 코로나19 피해의 긴급구제라는 재난지원금의 본래 취지에 맞지 않는다. 지역사회의 미래를 걱정하는 지자체장이라면 “주민 요구여서 어쩔 수 없다”라고 변명만 해선 안 된다. 현금살포를 통한 ‘표(票)퓰리즘’ 유혹을 이겨내고 피해가 큰 이들에게 지원이 집중되도록 주민들부터 설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