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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서둘것 없다”

Posted February. 21, 2019 07:46   

Updated February. 21, 2019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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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간)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궁극적으로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급하게 진행할 시간표를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와 대북제재 완화 시간표를 담은 비핵화 로드맵에 합의하는 ‘빅딜’이 나올 가능성에 거리를 둔 것.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과의 전화통화에서 남북 경제협력을 북한 비핵화에 대한 보상으로 제안한 지 약 6시간 만에 나온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 2차 정상회담에서 많은 것이 나올 것이다. 적어도 궁극적으로는 비핵화를 희망한다”며 “(핵·미사일) 실험이 없다. 실험이 없는 한 나는 서두를 것이 없다”고 말했다. ‘서두를 것이 없다’는 말을 5번이나 반복했다.

 이는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약속하지 않는다면 섣불리 대북제재 완화를 약속하는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겠다는 것. 트럼프 대통령이 “27, 2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날 것”이라며 당초 1박 2일 회담을 예고한 것과 달리 당일치기 회담으로 바뀌고 있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하노이의 한 외교 소식통은 “북-미 정상회담은 이틀이 아닌 28일 하루 열릴 것으로 보인다. 27일에는 다른 일정이 준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 대해 “정상회담에 대한 거의 모든 부분에 대해 논의했다”면서도 문 대통령이 제안한 남북경협은 언급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남북 사이의 철도·도로 연결부터 남북경협 사업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 그것이 미국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고 말했지만, 하노이 정상회담 예상 성과에 대해 한미 정상이 인식차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북-미가 ‘빅딜’의 접점을 찾지 못하자 문 대통령이 비용까지 부담하겠다며 남북경협에 대한 ‘원 포인트 제재 완화’를 요청했지만 트럼프는 정작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대북 경제지원을 한국이 부담하겠다고 공론화하면서 남북경협 비용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10월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철도, 도로, 항만 등 10개 분야 경협에 최소 103조2008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제재 완화 선물 보따리를 김정은에게 안겨 달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청한 거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문병기기자 weappon@donga.com · 하노이=채널A이동은기자 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