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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열차 타고 평양 거쳐 개마고원 트레킹?

서울에서 열차 타고 평양 거쳐 개마고원 트레킹?

Posted May. 19, 2018 07:23   

Updated May. 19, 2018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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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서 열차 타고 평양 거쳐 개마고원 트레킹?

 최근 정치권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선 북한 관광 시장이 열리면 4시간 만에 개마고원에 도착해 트레킹을 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자 즉각 “김칫국부터 마시는 소리”라는 논란이 벌어졌다.

 국제관광개발은 스위스 유학파 출신인 김정은이 선대와 차별되게 독자적으로 추진해 온 분야이기도 하다. 스위스는 세계 최고 관광국가이고 그 기반은 철도. 과연 북한도 세계 최고의 관광국가 대열에 올라설 수 있을까. 잠재 가치는 풍부하지만 교통과 편의시설, 안전 문제 등으로 설혹 관광 시장이 열린다 해도 제한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 눈길 끄는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구

 여긴 금강산 관광특구(2002년 지정)부터 북쪽 107km(고속도로) 거리의 원산에 이르는 동해안을 아우른다. 원산은 예부터 ‘명사십리’라는 광대한 모래사장 해안으로 명승지라 불려온 곳. 게다가 반대편(서쪽)은 산악지대(마식령산맥)여서 산과 바다를 두루 아울러 관광도시로서 매력을 갖췄다. 이런 지형으로 도시는 해양성기후를 띤다. 고위도인데도 따뜻한 것(연평균기온 10.4도)은 그 덕분. 그래서 한겨울엔 눈도 많이 내린다. 1921년 일본인이 들여온 서양스키가 여기(삼방협)서 전파되고 김정은 지시로 건설된 스키장이 이 산의 마식령이란 것도 그 배경이다.

 명사십리를 품은 갈마반도는 원산에 천혜의 항구와 비행장을 선사했다. 이런 원산은 1910년대 국내 최초로 서양식 리조트가 들어선 곳이기도 하다. 1938년 여름 동아일보는 조중옥 기자의 연재물 ‘영동십주홍조기(嶺東十洲鴻爪記·총 7회)’를 통해 원산과 그 이남인 통천 고성의 해변과 호수 풍광을 ‘청량비경’이란 제하의 여행기사로 소개하기도 했다. 거기엔 동정호(통천군)를 필두로 동해북선 철도가 지나는 신광호 시중호 삼일포 강호 화진포 등 7개 호수의 풍광이 세세하게 소개됐는데, 이 호수는 강릉 경포와 고성 화진포처럼 모두 석호(潟湖·해안에 발달한 모래톱에 의해 갇혀진 물)다. 산과 바다, 그 사이에 호수와 고운 모래 해변이 있는 해안. 서양인 휴식개념으로 리조트 입지조건으로선 최고다. 북한이 김정은 특각(별장)이 있는 원산 일대를 사계절 휴양지로 집중 개발해 해외에 노출하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 밖에 통천지구도 잘 알려지지 않은 관광지다. 우선 관동팔경의 총석정이 있고 석호도 두 개(동정 시중) 있다. 특별한 건 이곳 해안에 풍부한 감탕(甘湯)자원인데 호반개펄에서 채취하는 미네랄성분이 풍부한 개흙이다. 북한에선 이걸 원료로 한 건강음료와 약용화장품, 찜질 팩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북측은 통천군엔 그런 감탕자원이 328만 t 있다고 밝힌다.

○ 백두산지구

 중국과 북한 루트의 백두산 풍광은 전혀 다르다. 그러니 중국 쪽으로 백두산을 다녀온 사람이라도 북한 루트는 여전히 호기심의 대상이다. 북한 쪽 관광의 핵심은 천지 물가까지 접근허용 여부다. 북한에서 천지 물은 성스럽게 여겨져 손대는 것조차 금지해 왔다. 그럼에도 그게 허용될 가능성은 있다.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합의로 진행된 그해 9월의 남측관광단 답사 때 북측이 천지물가 관광을 허용해서다. 그땐 천지에서 모터보트까지 탔다. 

 북측 천지관광 인프라 중엔 중국을 압도적으로 능가하는 게 있다. 화구호 외륜봉 능선과 천지물가를 오가는 곤돌라다. 하이원스키장 것과 같은 도플마이어(오스트리아 회사) 제품으로 편도 10분 걸린다. 천지엔 물고기가 살지 않았지만 지금은 변했다. 1980년대 산천어 양식이 시작된 것. 북측은 2000년 남측 관광단에 이 산천어로 끓인 어죽을 천지물가에서 아침식사로 대접했다.

 백두산 관광에는 선결과제가 있다. 그 전진기지인 삼지연비행장의 시설 확충이다. 정부는 2005년 49억 원어치 등 두 차례에 걸쳐 활주로보수용 아스팔트 피치를 제공하기도 했다. 7·14합의(2007년)에 따른 백두산시범관광을 앞두고서였다. 하지만 2008년 박왕자 씨 사건(금강산지구에서 초병 사격에 사망)으로 시범관광은 이뤄지지 못했다. 개마고원은 평지가 1400m 고도이다. 1400m이면 용평리조트의 발왕산(1459m) 정상과 맞먹는다. 북한 백두산은 이 개마고원 위로 치솟은 거대한 화구산이다. ‘백두(白頭·하얀 머리)’라는 이름은 산정이 눈 덮인 듯 하얗게 보여서다. 분화 때 쌓인 새하얀 부석(浮石·속돌) 때문이다. 당시 분 바람에 북한 쪽만 쌓였다. 이 역시 중국 쪽엔 없다.


조성하전문기자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