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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1100년, 남북 ‘대고려전’

Posted January. 11, 2018 08:10   

Updated January. 11, 2018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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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 상감청자는 그 독창성과 아름다움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바탕에 무늬를 새기고 다른 종류의 흙을 메워 넣는 나전칠기 기법을 장인이 도자기에도 적용했다. 무늬를 만든 후 고온의 가마에 구워내는 고난도 제조 과정은 까다롭다. 상감기법은 12세기 초 절정을 보여 기술을 도입한 송나라에 비취빛 상감청자를 역수출까지 했다. 많은 명품이 남아 국보로 지정된 바 있다. 신비한 푸른빛 청자와 불화(佛畵), 나전칠기, 금속활자는 4대 명품이다.

 ▷고려는 세계 으뜸갈 만큼 발명품을 쏟아낸 창의적인 나라였다. 개방적인 기풍으로 이슬람과 중국 문화를 흡수하며 쌓은 역량 덕분이다. 천문 역산 의학 도량형 인쇄 화약 기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자취를 남겼다. 무신정권 이후 고려는 쇠락의 길로 들어선다. 조선 초 세종 때 과학기술의 황금기를 맞은 것도 고려 때 축적에 힘입었다. 최무선이 개발한 화약은 역사의 흐름까지 바꿨다. 왜구를 물리친 태조 이성계가 전쟁 영웅으로 떠올라 새 왕조를 세웠다.

 ▷고려 건국 1100주년을 맞은 올해 12월 ‘대(大)고려전’을 국립중앙박물관이 연다. 특별전에서는 4대 명품을 비롯해 전 세계에 흩어진 고려 문화유산을 모아 개방적이고 독창적인 고려 과학기술·문화의 진수(眞髓)를 보여줄 계획이다. 배기동 국립박물관장은 “금속활자, 대장경, 청자는 고려인의 창의성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코리아라는 나라의 이름과 함께 나라의 정체성을 확립한 것이 바로 고려”라고 했다.

 ▷국립박물관 측은 그동안 북한에서 고려 유물을 들여오기 위해 유네스코나 국제박물관협회를 통하는 방안을 물밑에서 추진했다. 마침 북핵 위기로 얼어붙었던 남북관계도 해빙 무드인 만큼 통일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해 직접 북측과 협상에 나서는 방안도 강구한다. 평창 올림픽 이후 남북관계가 악화하지 않으면 서울과 평양에서 고려 유물 순회전시도 하면 좋을 것이다. ‘고려 건국 1100년’을 계기로 남북 문화 교류의 신기원이 열리기를 바란다. 남북관계가 순탄해야 가능한 꿈이다.



최영훈 논설위원 tao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