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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티 프로까지... 클래식 음악가 잦아진 ‘TV 외도’

리얼리티 프로까지... 클래식 음악가 잦아진 ‘TV 외도’

Posted December. 14, 2017 07:38   

Updated December. 14, 2017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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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선혜 남편’이 연관 검색어로 올라왔어요. 저 결혼도 안 했는데….”

 고음악계의 세계적인 소프라노인 임선혜(41)는 케이블 방송사의 음악경연 프로그램에 출연 중이다. 클래식, 재즈, 국악 등 각 장르를 대표하는 음악인들이 무대를 꾸미는 프로그램에 클래식 대표로 나선 것.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는 “방송이 나가면서 사람들이 포털사이트에 제 이름을 많이 검색해줬다. 생소한 오페라를 알릴 수 있어 좋다”고 밝혔다.

 최근 클래식 음악가들의 TV 나들이가 잦아지고 있다. 그동안 클래식 음악가들은 대중과 거리를 두는 편이었지만 요즘에는 클래식 프로그램은 물론 예능이나 리얼리티 프로그램에까지 출연하고 있다.

 올해 한국인 최초로 미국 밴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을 차지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은 최근 타국에서 살게 된 이방인들의 일상을 담은 TV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 성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바리톤 김주택(31)과 베이스 손혜수(41)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각각 참가자와 심사위원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리코디스트 염은초(25)와 현악사중주 노부스콰르텟의 비올리스트 이승원(27)도 예능에 출연해 클래식은 물론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일단 이들의 TV 출연 효과는 컸다. 김주택의 매니지먼트사 측은 “김주택과 손혜수의 공연 때 클래식을 잘 모르는 관객이 많이 왔다”며 “프로그램이 정통 오페라 아리아인데도 오페라 초심자들이 많이 찾아 놀랐다”고 했다.

 예민한 음악인들이 TV에 출연하면서 생기는 어려움도 있다. 선우예권은 “3대 이상의 카메라와 작가, 연출자 등 10명도 넘는 사람이 공연장, 호텔 등 모든 곳에서 나를 계속 따라다닌다. 내가 그나마 다른 음악가들보다 덜 예민해서 가능한 일인 것 같다. 그래도 연주전에는 신경이 쓰여 쉽진 않다”고 말했다.

 이들이 앞으로도 TV에 계속 모습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한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음악가로서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는 선에서 방송 출연을 하고 있다. 연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방송에 출연해봤자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뛰어난 실력과 ‘훈남’ 외모로 데이트 프로그램 등에서 섭외가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황장원 음악평론가는 “대중과 가까워지려는 음악인들의 노력은 앞으로 계속 필요하고 중요하다. 하지만 연주에 지장을 주거나 지나친 오락화로 오히려 클래식에 대한 편견을 심어주는 건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동욱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