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8차례 월드컵 스켈리턴 시리즈 대회에서 금메달 1개를 기록했던 그가 이번 시즌 첫 월드컵(캐나다 휘슬러)부터 금메달을 목에 건 뒤 2차 월드컵(미국 레이크플래시드)에서도 동메달을 추가했다. 이로써 윤성빈은 “모든 대회에서 포디엄에 오르겠다”라는 목표를 착실히 달성해 나가고 있다. 그는 지난 시즌 딱 한 대회를 제외한 ‘올 포디엄’(출전한 모든 대회 순위권 입상)을 달성했다. 유일하게 입상하지 못했던 게 바로 시즌 첫 대회였다.
시동이 더디게 걸리던 예전과 달리 첫 단추부터 제대로 끼운 소감을 물었다. “좋죠, 당연히.(웃음) 처음으로 1차 대회부터 따니까 아무래도 감회가 새롭네요. 제가 원래 시즌 중반 이후 기량이 올라오는 스타일이거든요. 지난 시즌도 첫 대회에서 완전 망하고 12등을 했어요. 그리고 그 다음 대회부터 계속 순위권에 올랐어요. 그런데 이번 시즌은 시작부터 결과가 좋으니까 앞으로 더 기대가 됩니다.”
그래도 방심하기는 이르다. 새해 1월 7일 치를 3차 월드컵이 열리는 독일 알텐부르크는 지난 시즌 12위를 기록했던 바로 그곳이다. 아무래도 경험을 많이 해 봤던 휘슬러, 레이크플래시드 같은 북미 지역보다 주행 경험이 적었던 유럽 트랙 이해도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윤성빈은 “그래도 작년에 경험하면서 완벽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트랙을 파악하게 됐다”라며 “그래서 유럽대회부터가 정말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윤성빈은 새해 첫날인 1일 독일로 출국해 3∼7차 월드컵에 참가한 뒤 2월 말 세계선수권은 출전하지 않고 귀국한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이 열릴 평창 알펜시아에서 트랙 적응 훈련을 하는 게 더 나을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종목 특성상 트랙을 많이 타 볼수록 미세한 실수를 줄여 기록 단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방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성적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홈 이점이 있는 만큼 ‘당연히 더 잘하겠지’ 하는 주위의 기대에 따른 부담감과도 싸워야 한다. 정작 윤성빈은 무덤덤했다. “어차피 잘 타는 선수가 되려면 모든 트랙을 잘 타야 해요. 한 트랙만 잘하는 선수는 어차피 오래 못 가요. 일단 모든 트랙 다 기복 없이 타고 싶어요. 그렇게 탈 수만 있으면 평창에서도 결과가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라던 빌 샹클리 감독의 말이 떠오른다고 하자 윤성빈이 말했다. “모든 트랙을 잘 타야 그 클래스가 영원해지는 거죠.”
1년 전 이맘때 ‘새해 소원’을 묻자 윤성빈은 봅슬레이 서영우(25)와 똑같이 “여자친구가 생겼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서영우는 3개월 만에 소원을 성취했지만 윤성빈은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 윤성빈은 “이제는 체념했다”라며 웃었다. 그에게 2017년 새해 소망을 다시 물었다. “제가 크게 아프진 않은데 잔 부상이 좀 있어요. 그저 부상 없이 운동에 100% 힘을 실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1년 만에 훌쩍 큰 윤성빈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임보미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