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어제 원내대책회의에서 “더민주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임을 다시 한 번 말한다”고 말했다. 초선인 박정 원내부대표는 “사드를 배치함으로써 외교주권을 포기할 것이란 우려가 있다”면서 “사드를 배치하려면 차라리 외교부를 없애야 한다”고 막말에 가까운 발언을 했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원내 제1당인 더민주가 국가안보와 관련한 민감한 사안을 당론 수렴절차도 없이 이렇게 쉽게 말해도 괜찮은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4·13총선 이전부터 북한 와해론과 햇볕정책 수정론을 제기하며 ‘안보중시 정당’으로의 변신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우 원내대표의 사드 반대 발언은 더민주당의 안보행보에 대한 국민의 믿음을 깨뜨리는 것이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놓고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터에 더민주당 원내지도부의 섣부른 언급이 중국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추궈홍 주한중국대사는 2월 김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사드 문제로 한중관계가 순식간에 파괴될 수 있다”고 ‘협박성’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일개 대사의 오만방자한 발언에 국민이 공분을 나타냈는데도 더민주당은 일체 항의하지 않았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추 대사는 어제 다시 김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는 사드 문제를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더민주 측과 편안한 자리에서 솔직하게 더 많은 대화를 하고 싶다”고 한 그의 발언에 비춰보면 사드 배치를 막는데 더민주당을 이용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사드 배치에 대해 진보좌파 진영은 중국을 겨냥한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편입되는 것을 의미하고, 대북 미사일 방어에 실효성이 의문시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반미(反美親中) 기류가 읽힌다. 우 원내대표의 발언도 이런 인식과 상통한다. 결국 86운동권 출신과 친노(친노무현) 친문(친문재인) 세력을 주축으로 하는 더민주당 주류의 안보관은 이전과 달라지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북한의 핵 개발을 자위적 수단이라고 두둔한 적이 있다. 친노는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통령을 꿈꾸는 문 전 대표가 천안함 사건 5년만인 작년 3월에야 북한 소행을 인정했지만 그의 안보관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고 볼 근거는 없다. 국민 다수가 찬성하는 사드 배치에 대한 문 전 대표의 공식 견해가 뭔지 궁금하다.
이진녕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