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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VVIB

Posted December. 17, 2012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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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박모 씨(40서울 서초구 반포동)는 35세에 결혼해 현재 두 살 난 딸을 두고 있다. 어렵게 가진 딸이라 특히 애착이 크다. 박 씨는 유기농 먹거리, 친환경 페인트를 쓴 가구 등 안전성이 입증된 제품만 구입하다 보니 가계 지출의 80%를 아이에게 쓰고 있다고 전했다. 첫 출산을 앞둔 임신부 이모 씨(37서울 강동구 고덕동)는 최근 복부 관리 제품을 잔뜩 사들였다. 그는 병원에서 젊은 예비 엄마들을 보면 학부모가 된 뒤에도 외모만큼은 뒤지지 않아야 아이가 기를 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유아용품 시장 대세는 올드맘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출산한 여성의 평균 연령은 31.4세로 10년 전보다 2세가량 높아졌다. 특히 서울에선 처음으로 평균 출산 연령이 32세를 넘어섰다. 만 40세 이상 여성이 출산한 아기도 1만 명을 넘어 해당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81년 이후 가장 많았다. 남양유업이 운영하는 임신육아포털 남양아이에선 만 35세 이상 임산부 회원 비율이 10년 전 5%에서 올해 30%로 크게 늘었다.

30대 이후 출산이 대세가 되면서 유기농 식품이나 고가 육아용품 등 안정적인 소득을 가진 계층을 타깃으로 한 프리미엄 육아시장에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씀씀이가 크고 사회에서 어느 정도 입지를 굳힌 뒤 결혼하는 골드미스가 올드맘이 되면서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마트 CRM(고객관계관리)팀에 따르면 이유식 등 유기농 가공식품을 구매한 20대 여성고객 비중은 2010년 12.2%에서 2012년 9.0%로 줄었다. 반면 30대 여성 고객은 같은 기간 48.1%에서 52.7%로 늘어났다. 노은정 이마트 CRM팀장은 출산 및 영유아 관련 상품 구매 고객의 평균 연령이 최근 2년 새 0.5세가량 높아졌다고 전했다.

배장우 롯데백화점 아동스포츠팀 바이어는 자녀에게 돋보이는 옷을 입히고 싶은 올드맘의 소비 성향 때문에 전체 신생아용품에서 의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최근 60%까지 늘어났다고 전했다.

노산 맞춤형 제품 봇물

유아동용품업체 제로투세븐의 스킨케어 브랜드 궁중비책은 최근 임산부용 피부관리 제품 마더케어를 내놓았다. 더딘 피부 회복 속도를 고민하는 올드맘의 목소리를 반영한 제품이다.

국내 유아용품업체 쁘레베베는 신제품 아기띠를 내놓으면서 올드맘을 배려했다. 아기 띠를 착용하면 허리가 금세 아파진다는 불만을 반영해 허리 패드 부분을 보강했다. 수입 유모차 브랜드 맥클라렌 관계자도 고령의 임산부가 늘면서 손목에 무리를 주지 않는 인체공학적 유모차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시장에서도 올드맘은 큰 고객으로 떠올랐다. 어린이 전문 함소아한의원 압구정점에서 최근 6개월간 3세 이하 영유아를 데려와 진찰을 받은 엄마 중에는 35세 이상이 많았다. 차은수 원장은 엄마의 초산 연령이 높을수록 아이가 허약할 확률이 높고 엄마도 자녀 건강에 대한 관심이 크다고 전했다.

한경혜 서울대 교수(가족아동학)는 올드맘은 자신의 시간과 경제적 자원을 아낌없이 쓰면서 아기를 VVIB(Very very important baby)로 키울 가능성이 높다며 남편들도 함께 아빠 역할에 몰입하면서 부부가 자녀에게 전력투구하는 성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김현진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