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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벌 족쇄 채우기 입법 대선 뒤 이성적논의를

[사설] 재벌 족쇄 채우기 입법 대선 뒤 이성적논의를

Posted October. 18, 2012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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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 겸 경제민주화 단장은 16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경제민주화 관련) 항목을 골라 2개 이상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의 이정우 경제민주화위원장은 앞서 여야 합의만 된다면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을) 20개도 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도 대통령 직속 재벌개혁위원회 설치 등 강도 높은 대기업 개혁카드를 꺼냈다. 이러다간 이번 정기국회가 경제민주화와 대기업 때리기의 입법() 경연장이 될 판이다.

19대 국회가 5월 말 문을 연 뒤 3개월간 여야가 발의한 기업 관련 법률안 10건 가운데 8건이 규제를 강화한 내용이었다. 이런 추세라면 대선을 앞둔 이번 정기국회에서 경제민주화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대선 후보 진영 간에 재벌 족쇄 채우기 경쟁이 가열되면 앞서거니 뒤서거니 강경론으로 치달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무더기 졸속 입법을 한다면 과연 총체적 국민경제, 투자 증대와 일자리 창출, 시장 활성화, 국민 삶의 향상 등에 약이 될 것인지 독()이 될 것인지에 대한 냉철한 검증이 필요하다.

국내외 경제 환경이 호전될 조짐이 별로 없는 상태에서 그나마 우리 경제를 상대적으로 건강하게 지탱시키는 대기업의 손발 묶어 괴롭히고 해외로 달아나도록 내모는 것이 과연 경제민주화의 취지에 부합하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허구한 날 팡팡 놀던 국회가 대선 60여 일을 남겨놓고 갑자기 재벌 규제입법에 열을 올리는 것은 시장의 실패나 정부의 실패보다 더 심각한 법의 실패를 자초할 우려가 크다.

기업이 시장에서 적자를 내고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면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회원사로 둔 서울상공회의소 회장단도 어제 대선 후보들의 경제민주화 논의와 관련해 시기와 내용을 좀더 신중히 검토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인천공항 지분 매각 등 주요 국책사업을 차기 정부로 넘기라고 주장하는 정치권이 기업경영과 시장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경제민주화 법안을 앞뒤 재지 않고 서둘러 처리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다.

선거를 의식해 다른 당과의 차별화 경쟁을 벌이다보면 규제의 강도를 더 끌어올리고 싶은 유혹에 끌려 무리수를 두기 쉽다. 졸속 입법을 나중에 바로잡자면 사회적 비용과 논란을 부를 수밖에 없다. 여야가 정치적 목적으로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을 강행하면 법 자체가 과잉 편향으로 흐를 우려가 크다. 대선을 통해 국민의 선택을 받은 새로운 권력이 경제민주화의 밑그림을 그리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순리()다. 새 정부가 대기업 개혁의 방향과 정책의 부작용까지 냉철하게 짚어보고 합리적 이성적 대안을 마련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