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세종시 의원총회가 5일간의 치열한 공방을 마치고 26일 막을 내렸다. 이번 의총이 그동안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계 간 장외 공방을 의총장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선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친이-친박 진영 간 견해차를 좁히는 데는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최장기 의총이 남긴 것
이번 의총은 22일부터 5일간 매일 열렸다. 한나라당 창당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의총이 열린 5일간 발언한 의원은 모두 96명이다. 이 중 9명은 2차례 발언을 했다. 재적의원 169명 중 절반 이상이 세종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명확히 밝힌 셈이다
친이계 강승규 의원은 누구나 발언할 수 있는 마당을 만듦으로써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친이-친박 진영은 이번 의총을 통해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지만 강경 일변도의 대응엔 서로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친이계 의원들도 당론 변경을 위한 표결을 강하게 요구하지 않았고, 친박계 의원들도 당 지도부가 제안한 중진협의체 구성을 거부하지 않았다. 각 진영이 다음 국면에서 명분을 잃지 않으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친이-친박계 내부 결속력 높아져
친이-친박계는 이번 의총을 통해 서로의 결속력과 세를 과시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친이계 원희목 의원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90명가량의 친이계는 그동안 느슨한 상태였는데 이번 세종시 의총을 통해 상당한 결속력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친이계 의원도 의원들이 나와서 내가 누구의 사람인지 속옷을 내보였다는 게 이번 의총의 성과 아닌 성과라고 강조했다.
한 친박계 의원은 김무성 절충안이 불거지면서 친박계 내부의 위기감이 고조됐는데 의총장에서 친이계와 전선이 그어지면서 오히려 친박 진영의 결속력을 다질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의총을 박 전 대표에 대한 인신비방 기회로 활용한 점이나 의원들이 두 그룹으로 도장 찍힌 것은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중진협의체 돌파구 열까
안상수 원내대표는 26일 마지막 의총을 마치며 정몽준 대표를 비롯해 최고위원들과 논의한 끝에 당론 변경을 위한 표결을 유예하고 중진협의체를 구성해 해법을 찾기로 했다고 말했다. 소속 의원들은 중진협의체 구성 방법과 내용을 당 지도부에 일임했다.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 관련 법안의 국회 제출 시기를 당초 3월 초에서 3월 9일경으로 늦춘 만큼 그때까지 중진협의체를 가동해 절충안을 모색하겠다는 구상이다. 친박계인 허태열 최고위원은 중진들끼리 만나 세종시 문제를 협의하자는 데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협의체에 참여해 원안 추진의 당위성을 다시 한 번 설득해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중진협의체는 세종시 정국의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 지도부는 친이-친박계 중진들의 절충 결과가 세종시 문제의 향배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중진협의체가 어떤 절충안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이재명 황장석 egija@donga.com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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