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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개인파산 오남용

Posted September. 22, 2009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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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교통사고 피해자들을 쫒아 다니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도록 부추겨 돈을 버는 변호사들을 앰뷸런스 체이서(ambulance chaser)라고 부른다. 우리나라는 사무실에 앉아 의뢰인을 기다리는 변호사가 다수지만 사건을 찾아 나서는 경우를 전보다 자주 보게 된다. 일부 변호사들이 집단소송에 참여할 의뢰인을 인터넷을 통해 모집해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 요즘 농어촌에선 빚으로부터 해방 채무변제, 빚 독촉 금지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많다. 법무사무소나 파산전문 브로커들이 홍보용으로 내건 것들이다.

빚을 얻어 장사를 시작했지만 불황이라 이자도 내기 어려운 자영업자, 은행 대출을 받기는 어렵고 그렇다고 40%짜리 고리() 대출을 받을 수도 없는 농어민, 대출받은 학자금을 갚아야 하지만 취직이 안돼 이도저도 힘든 청년실업자. 사전에 채무를 조정해주는 개인워크아웃을 비롯한 신용회복 지원제도는 이처럼 막다른 골목에 몰린 채무자들을 위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파산 브로커들이 법원에 개인파산을 신청하면 빚을 100% 탕감 받을 수 있다고 유혹하니 채무자들은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다.

작년 한해 처리된 개인파산 14만4137건 중에서 94.4%가 파산 선고를 받았다. 이 정도로 파산 선고가 쉬워지면 신용회복 지원제도 활용보다 개인파산을 신청하는 편이 채무자에게 훨씬 유리할 수 있다. 법원의 파산제도를 이용하라는 브로커들의 홍보가 설득력을 얻을 만하다. 실제로 개인파산 신청건수는 급증했다. 2004년 1만2317명이던 신청인수는 작년에 11만8643명으로 증가했고 올 들어 8월말까지 7만4942명이나 됐다.

개인파산 제도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채무자에게 구세주 같은 것이지만 선량한 채권자들이나 지역경제에 미치는 폐해가 크다. 지역 금융기관들이 쓰러지고 손해 본 은행이 대출 금리를 올리면 또박또박 이자를 갚는 사람들에게 피해가 전가된다.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 현상이 만연하고 피해를 본 채권자들이 대출을 꺼리면 돈이 돌지 않아 지역경제가 더 경색된다. 외국처럼 파산을 신청하기 전에 사전 상담제도를 의무화하는 등 개인파산 제도의 남발을 방지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박 영 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