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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해외은닉 비자금 추적

Posted December. 03, 2008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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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은 리히텐슈타인 스위스 룩셈부르크 등 유럽의 조세피난처에 5개 안팎의 한국 기업이 회사 자금을 은닉한 정황을 포착하고 관련 계좌정보 입수에 나섰다.

2일 복수의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근 국내 세무조사 과정에서 일부 기업이 조세피난처로 자금을 빼돌린 것으로 판단하고 그중 5개가량의 기업을 추려 독일 스위스 룩셈부르크 등의 세무당국에 이들 기업과 관련된 계좌 정보를 요청했다.

우선 국세청은 리히텐슈타인에 자금을 숨긴 것으로 확인된 한국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위해 독일 세무당국에 관련 계좌 정보를 요구했다. 독일이 올해 초 리히텐슈타인 은행의 비밀계좌 정보를 모두 확보했다는 점을 감안해 한국 기업이 리히텐슈타인에 숨긴 비자금의 실체를 우회적으로 밝히려는 것이다.

또 국세청은 스위스나 룩셈부르크 등 비밀계좌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도 한국 기업의 계좌 정보를 넘겨 달라는 내용의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 조사는 10월 한상률 국세청장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OECD 재무장관 및 국세청장 회의 때 독일의 플로리안 쇼이를레 국세청장을 만난 데 이어 최근 국세청 당국자가 독일 국세청을 방문해 조사 대상 계좌의 범위 등을 논의하면서 급진전됐다.

이번 조사에는 국세청 국제조세관리관실과 조사국,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과 국제거래조사국 인력이 동원됐다. 국제조세 협력, 국제세원 파악, 국내외 기업 조사를 담당하는 국세청과 서울청 핵심 부서들이 해외 비자금 실태 파악을 위해 이례적으로 공동 작업을 진행 중인 것.

정부 고위 당국자는 지금까지 파악된 한국 기업의 비자금 규모가 크지는 않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기업들이 보관해 둔 해외 로비용 자금이나 정치인의 비밀자금이 드러날 수 있다. 고구마 줄기를 잘 잡으면 고구마가 줄줄이 엮여 나올 수 있지만 줄기가 끊기면 더는 안 나온다.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해 조사가 길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또 기업이 해외 비자금을 스스로 국내로 들여오도록 유도하기 위해 일정 기간 추징금을 면제하거나 깎아주는 방안도 기획재정부와 협의할 방침이다. 이런 조치로 해외 비자금이 국내로 대거 유입되면 외환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국세청은 보고 있다.



홍수용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