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가 기독교만 감싸는 종교 편향성이 심하다고 이명박 정부에 강하게 반발하며 불교연석회의를 구성해 정면 대응에 나섰다. 한나라당 박희태 신임 대표는 임기 첫날인 어제 조계종을 방문해 사과의 뜻을 전했으나 쉽게 누그러질 분위기가 아니다.
불교계는 다음 같은 사례를 들고 있다. 해마다 부처님 오신 날 전국 주요사찰에 보내왔던 대통령 명의의 축전이 올해에는 누락됐으며, 국토해양부가 만든 교통정보시스템인 알고가에 교회 정보는 포함된 반면 사찰 정보는 빠졌다는 것이다. 지난달 열린 제4회 전국경찰복음화금식대성회 홍보포스터에 어청수 경찰청장의 얼굴사진이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와 나란히 실려 경찰수장()이 특정 종교를 선전하는 듯한 광경이 연출된 것도 지적됐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그제 부주의나 실수에서 비롯된 일이라며 진화를 시도했으나 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책임이 무겁다. 그렇지 않아도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에 서울 봉헌 발언으로 다른 종교계의 반발을 샀고, 대통령 당선 후엔 인사()에서 종교 간 차별 구설을 낳았다. 이 대통령은 국가 업무에서 종교색()을 빼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이제부터라도 신뢰를 회복해나가야 한다.
우리 헌법은 국가의 종교적 중립성 원칙을 명시해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밝히고 있다. 특정종교를 우대 또는 차별하는 정책 수립 내지 정치활동은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일수록 종교적 중립 유지에 유의해야 한다. 정교()분리 원칙은 마찬가지로 종교의 정치화, 즉 종교가 국가적 사항에 개입하거나 관여하는 것을 금지하는 의미도 지닌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이명박 퇴진을 내걸고 거리로 나온데 이어 어제 불교계가 미국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시국법회를 가졌다. 이른바 진보 성향의 성직자들이 촛불집회에 나서서 사실상 반()정부 시위를 벌이는 것은 자칫 정교분리 원칙을 크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
지금은 성직자들이 부득이 민주화운동에 동참할 수밖에 없었던 독재 상황과는 거리가 멀다. 촛불집회가 진보진영의 정치투쟁으로 변질되면서 시민 참여가 현저히 줄었다. 이 시점에서 성직자의 역할은 갈등을 봉합하는 일이지, 촛불을 다시 켜드는 일은 아니다. 성직자의 정치과잉도 자제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