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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믿을 통신업체

Posted August. 09, 2007 05:58   

호주에서 이민 생활을 마치고 8년 만에 귀국한 박모(42) 씨는 얼마 전 난데없이 신용불량자가 됐다는 통지서 한 통을 받았다.

군대를 막 제대한 이모(24) 씨 역시 휴대전화를 개통하기 위해 대리점을 찾았다가 신용불량자로 등재된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두 사람 모두 신용불량자가 된 이유는 가입하지도 않은 초고속 인터넷의 사용료를 연체했다는 것이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가 대형 기간통신사업체 K사 H사의 고객정보 유출 실태를 수사한 결과 이들 외에도 이 같은 피해를 본 사람은 3000여 명에 이르렀다.

이 같은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은 업체들이 가입자를 경쟁적으로 유치하면서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 조사 결과 통신사에서 당사자에게 본인 확인도 하지 않고 연체 통보를 한 건수는 100만 건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K사와 H사는 초고속 인터넷 설치 고객의 개인정보를 도용하거나 위탁업체 등에 유출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경찰은 K사와 H사의 임직원 26명과 위탁 모집업체 관계자 40명을 정보통신망법 및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2004년부터 최근까지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730만 명을 동의도 받지 않은 채 자회사 포털 사이트 회원으로 무단 가입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H사는 또 고객정보 5000만 건을 데이터베이스 자료로 만들어 부가 서비스를 판매하는 위탁업체 등에 배포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H사에서 정보를 넘겨받은 위탁업체들은 고객정보를 이용해 텔레마케팅을 하고 그 수익금을 통신사와 나눠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모집업체들은 인터넷망 가입자들의 접속 ID와 비밀번호를 임의로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ID와 비밀번호는 가입자가 직접 만들어야 하는데 업체들이 편의상 임의로 개설했다며 부정하게 발급된 ID와 비밀번호가 유출돼 인터넷 소액 결제에 도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소비자들은 사용하지 않는 부가서비스 요금이 부과되지 않았는지 요금 청구서 등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H사 등 업체 측은 모집업체 등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며 개인정보 도용으로 인한 피해는 민원이 접수되는 대로 배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혜승 fin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