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 전북 진안군 백운면 운교리 백운초교를 졸업한 24회 졸업생 78명의 동창회에는 16년째 특별한 손님이 초대된다. 고() 박종기 선생님의 부인 최봉선(75) 씨가 주인공.
박 선생님은 1957년, 8년간의 짧은 교직생활을 뒤로하고 급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생을 마감했다. 당시 박 씨는 28세, 최 씨는 25세였다. 최 씨가 홀로 키운 세 아들은 이제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고 유복자로 태어난 막내아들 박재수 씨도 올해 만 51세다.
박 선생님은 백운초교 24회 졸업생이 2학년일 때부터 졸업할 때까지 줄곧 담임을 맡았다.
학생들이 기억하는 박 선생님은 영락없는 호랑이 선생님. 숙제를 해 오지 않거나 칠판에 적힌 산수 문제를 풀지 못하면 어김없이 회초리를 드셨다.
특히 박 선생님은 학생들을 중학교에 보내야 한다며 거의 매일 방과 후에도 공부를 시켰다. 24회 졸업생이 6학년이 되던 해에는 아예 박 선생님 집에서 합숙을 하며 공부를 했다.
박 선생님의 이런 열의 덕분에 24회 졸업생의 중학교 진학률은 백운초교 개교 이래 최고였다. 산골마을 초교에서 78명 중 35명이 중학교에 진학하자 교육감까지 나서 표창장을 건넸다.
장영자(66여) 씨는 여자라 중학교에 보내지 않겠다는 아버지를 설득하러 선생님이 몇 번이나 우리 집에 찾아왔는지 모른다며 결국 선생님 덕분에 중학교에 갈 수 있었고 어머니는 너무 감사하다며 김치를 항아리째로 사모님께 갖다 드렸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박 선생님은 한편 마음 따뜻한 스승이셨다. 625전쟁 직후 모든 게 부족하던 시절, 선생님은 자기 주머니를 털어 제자들에게 교과서를 사주고 수업료를 대신 내주셨다.
늘 제자들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베풀었던 박 선생님의 성품 때문에 부인 최 씨의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어려운 살림에도 학생들을 배고프게 하지 말라는 남편의 불호령에 매일 한 솥 가득 밥을 해 양푼에 담아 탁자 아래에 넣어 놓아야만 했다.
초등학교 졸업 2년 만에 참스승을 잃은 제자들은 50여 년이 지난 뒤에도 박 선생님을 잊지 못해 최 씨를 찾아 나섰다. 수소문 끝에 최 씨를 찾은 제자들은 1991년부터 매년 최 씨를 모시고 전국을 여행한다.
최 씨의 막내아들 박 씨는 어머니가 처음에는 마다하시다가도 다녀와서는 그렇게 표정이 밝을 수가 없다며 네 아버지 덕분에 내가 늙어 호강한다고 말씀하신다고 전했다.
제자들은 올해 스승의 날인 15일 최 씨를 초대해 함께 식사를 하고 금반지와 목걸이를 선물하기로 했다. 신용길(64) 씨는 교사는 있지만 사도는 없다는 세상에 선생님은 저희에게 아버지였고 사모님은 어머니였다며 사모님은 저희 모임의 영원한 명예회원이라고 말했다.
정혜진 hyejin@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