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제주에서 김포공항으로 향하던 아시아나 항공기가 우박을 맞아 기체가 손상된 채 착륙했던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조종사의 실수에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은 사고기 조종사가 침착하게 대응해 비행기를 무사 착륙시킨 공이 인정되므로 사내 최고상을 주기로 한 당초의 방침을 철회하지 않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 건설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6월 9일 경기 안성시 일죽 부근 상공에서 우박에 맞아 조종실 방풍창과 동체 앞부분이 파손된 채 착륙한 아시아나항공 8942편(사진)에 대한 사고 조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이 비행기에는 서울 모 초등학교 수학여행단 177명 등 승객 200명과 승무원들이 타고 있었다.
조사위원회 유병설 사무국장은 그날 오후 5시부터 5시 51분까지 사고 상공 부근을 지나간 비행기가 모두 19대였다면서 다른 비행기는 뇌우(비구름)와 충분한 거리를 두고 피해갔는데 5시 40분경 사고 비행기만 비구름 가까이를 지나가다가 탁구공만 한 우박을 맞았다고 밝혔다.
다른 비행기들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움직이는 뇌우를 피하기 위해 처음부터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피해 갔으나, 사고 비행기는 동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가 다시 서쪽으로 바꾸는 바람에 우박을 피하지 못했다는 것.
유 국장은 항공기의 기상레이더로 뇌우를 관찰할 때는 안테나의 각도를 적절히 조절해 가며 작동시켜야 한다면서 그러나 사고 비행기는 레이더 위치를 고정시켜 놓고 비행해 구름의 상태와 양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조사위원회는 이 밖에 관제소가 관제 레이더와 공항기상 레이더에 나타난 구름대의 위치를 항공기에 조언하지 않은 점 항공기상대가 기상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은 점도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조사위원회는 이러한 조사결과를 토대로 아시아나항공과 관제소 항공기상대에 앞으로 비슷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해 시행하라는 내용의 안전권고사항을 내렸다.
건교부 이광희 안전지도팀장은 이번 조사로 사고 원인이 조종사의 실수였다는 점이 밝혀졌지만 운항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해당 항공사나 조종사에게 징계를 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조사결과 발표 직후 비행기가 뇌우와 충분한 거리를 두고 돌아가지 못한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사고 후 슬기롭게 대처한 기장과 부기장에게 사내 최고상인 웰던상과 상금은 예정대로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광현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