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양극화()극복을 위한 핵심적 해법은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좋은 일자리에는 대통령 이상으로 국민이 더 목마르다. 양극화는 우리 사회의 당면과제 중 하나다. 문제는 병명()을 되뇌고 목표를 외친다고 병이 낫고 뜻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다.
노 정권은 임기 초기부터 양극화 문제도 거론하긴 했지만 과거지향적()이거나 정략적인 어젠다(국정의제)를 쏟아내며 스스로 힘을 분산시켰기 때문에 양극화는 편 가르기를 위한 소도구 정도의 정치적 이슈에 머물렀다. 이른바 진보진영조차 노 정권은 양극화를 해소한다고 유난만 떨었지 아무런 진전이 없다고 혹평할 정도다. 노 대통령은 작년 8월 국민과의 TV대화에서 양극화가 심각하긴 하지만 세계적 현상으로 봐야하며, 우리가 세계 최악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처럼 양극화에 대한 노 대통령의 문제의식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편차를 드러냈다.
노 대통령이 이번에 양극화를 신년연설의 키워드로 삼은 데는 5월 지방선거와 내년 말 대통령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적 고려가 깔려 있은 것으로 보인다. 양극화를 소수의 기득권세력과 다수의 낙후세력을 편 가르는 수단으로 삼으려는 것이 아닌가.
노 정권은 지난 3년간 양극화를 오히려 키워왔다. 부동산 부자에게 초정밀 유도 세금폭탄을 날린다는 831 부동산대책은 부동산 거래를 위축시키는 등 시장을 교란시켜 중산층이나 서민층이 제때 이사도 가지 못하는 후유증을 낳고 있다. 국토균형발전을 목표로 내건 행정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은 전국토를 투기장으로 만들고 땅을 가진 사람과 못 가진 사람의 자산격차를 확대시켰다. 의료 및 교육서비스 평준화는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렸고 부유층의 해외소비를 부채질했다. 교육이민, 조기유학 행렬과 연간 10조원 이상의 해외교육지출은 무능한 코드교육정책이 낳은 양극화를 웅변한다.
노 대통령은 어제 연설에서 구체적인 대책으로 중소기업과 서비스산업 육성,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충, 사회안전망 확충 등을 들었다. 세금을 더 거둬 나눠주기 식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혈세로 만드는 사회적 일자리보다는 기업의 활발한 투자가 만드는 민간 일자리가 훨씬 양질이고 실업 해결의 근본책이 된다.
많은 문제를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풀겠다는 끌어안기 식 발상은 정부 안에서도 우려를 낳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복지 등의 지출소요가 크게 증가할 경우 재정건전성이 중장기적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 외에 대북() 지원 등 통일비용, 저출산 노령화 속의 연금 부실화 등 재정의 시한폭탄이 하나둘이 아니다. 그저 정부 씀씀이만 늘린다고 복지가 되는 게 아니다. 복지지원금의 배달체계도 허술해 사고가 숱하게 터지지 않았는가.
노 대통령은 연설에서 우리 사회의 성장과 발전을 가로막는 최대 위기요인으로 양극화 확대를 꼽았지만 많은 국내외 전문가들은 지나친 정부규제와 고용경직성을 들고 있다. 해외석학과 기업인들의 충고도 규제완화와 고용유연성 확보에 집중됐다.
노 대통령은 연설에서 비정규직 법안과 관련해 경제계와 노동계의 결단을 촉구했지만, 노사 로드맵은 올해 초 정부가 책임지고 출범시켜야 한다. 최근 방한했던 그레고리 차우 미국 프린스턴대 명예교수는 한국이 양극화와 고용 없는 성장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업가들이 돈을 많이 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하기 좋은 여건이 아니면 성장도 고용도 없다는 이야기다.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올해 우리 경제의 과제로 잠재성장률 하락과 함께 경제양극화를 거론하면서 새해 잠재수준의 성장이 이뤄질 경우 양극화가 다소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5% 이상의 성장과 37만 여개의 새 일자리라는 정부목표 이상으로 실적을 올려야 양극화 완화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재정지출 확대와 나눠주기 복지로 대표되는 노무현노믹스의 방향수정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