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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랖넓은 중공권력

Posted November. 03, 2005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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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외국인이 투자나 기업 경영을 하려면 걸림돌이 많다. 이런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기업 간의 채권, 채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권력이 직접 나선 아주 드문 일이 발생했다고 뉴욕타임스가 1일 전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화려한 출발=중국계 미국인 데이비드 지(53) 씨는 1990년 말 DVD 플레이어를 미국 시장에 값싸게 공급하는 방안을 찾아 나섰다. 당시 일본 소니의 DVD 플레이어는 대당 400달러(약 42만 원)에 팔리고 있었다. 결국 쓰촨() 성 찬양() 시에 있는 창훙()전기유한공사와 2001년 계약을 체결했다.

지 씨의 미국 기업 아펙스가 창훙에 주문해 만든 DVD 플레이어는 대당 59달러(약 6만 원)로 월마트 등에서 날개 돋친 듯 팔렸다. 덕분에 아펙스의 매출액은 2002년 10억 달러(약 1조423억 원)에서 2003년 20억 달러(약 2조846억 원)로 껑충 뛰었다. 창훙도 중국 최대 가전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예기치 못한 파국=2003년에 창훙은 아펙스가 판매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아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아펙스는 창훙이 성장세를 너무 낙관해 경영을 방만하게 한 탓이라며 납품 시기와 제품 품질에 문제가 많았다고 반박했다.

찬양 시 자오융() 부시장이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두 회사의 관계는 최악의 상황이 됐다. 자오 사장은 아펙스에 4억7000만 달러(약 4899억 원)를 갚으라고 요구했다. 아펙스는 미납 대금이 1억5000만 달러(약 1563억 원)를 넘지 않는다고 맞섰다.

2004년 10월 지 씨는 다른 일로 선전((수,천))을 방문하는 것을 기회로 삼아 자오 사장에게 연락해 묵은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지 씨는 밤새 800km를 달려온 쓰촨 성 사복 경찰에게 붙잡혔다. 지 씨는 창훙의 영빈관에 감금된 채 자오 사장에게서 아펙스의 지분을 내놓으라는 협박을 받았다.

에필로그=창훙은 지난해 12월 아펙스 본사가 있는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지 씨를 위협해 받아낸 증언을 비디오테이프에 담아 아펙스에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소송은 계류된 채 진행되지 않고 있다. 창훙 측 변호사가 지 씨를 감금하는 데 가담했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러는 동안 아펙스의 매출은 크게 떨어졌고 성장 신화도 함께 무너져 내렸다. 지 씨는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청두() 밖을 벗어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그러나 창훙은 원자바오() 총리의 지원으로 10억 달러의 긴급 자금을 지원받았다. 사기꾼인 지 씨를 잘 처리해 중국 기업의 이익을 지켜냈다는 칭찬까지 덤으로 받았다.



이 진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