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한국 대북지원 북한 행태 나쁘게 만들어

Posted October. 07, 2005 07:35   

中文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사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최근 한국 정부의 대규모 대북지원 방침을 비판한 것으로 6일 알려졌다.

힐 차관보는 지난달 29일 미국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초청 비공개 연설에서 한국이 6자회담 타결 이후 대규모 대북 지원 방안 마련에 나서는 게 북한의 행태를 나쁘게 만드는(spoil)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 한국의 그런 (대북지원) 발표가 6자회담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는 6자회담 타결 다음 날인 지난달 20일 노무현()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포괄적인 대북 협력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지시한 데 이어 정부가 대규모 대북지원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한 미국 정부의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미 국무부의 대표적인 협상론자로 지한파인 힐 차관보가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적으로 언급한 것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미 한국대사관은 비공식 경로를 통해 힐 차관보의 발언 내용을 파악한 후 이를 정부에 즉각 보고했으며, 정부는 이 발언에 미국 정부의 의중이 실린 것으로 보고 심각히 받아들이고 있다고 정부의 한 관계자가 6일 전했다.

정부 관계자는 힐 차관보가 경수로 문구가 들어가는 등 상당히 양보한 내용의 6자회담 공동성명에 사인한 것은 참으로 어려운 결정이었는데 (한국 정부가 곧바로 대규모 대북지원 얘기부터 꺼내니까) 미국 내에서의 입지가 난처해져서 그렇게 불만을 토로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힐 차관보의 연설은 국무부 고위 간부 출신들의 모임인 동아시아 전략 그룹을 대상으로 철저히 비공개로 이뤄졌다.

연설회에는 제임스 켈리 전 국무부 차관보, 웬디 셔먼 전 국무부 대북정책조정관,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 미국 대사,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핵비확산 담당 차관보 등 북핵 문제를 직접 다뤘던 전직 국무부 관리가 다수 참석했다.



윤종구 김승련 jkmas@donga.com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