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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손기정선생 은행원으로도 금메달감

Posted August. 16, 2005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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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영웅 고 손기정(사진) 선생이 한때 은행원이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마라톤뿐 아니라 은행 업무에서도 금메달감이었다.

광복 60주년 행사가 한창인 요즘 제일은행에는 그의 은행원 경력을 살필 수 있는 귀중한 사료가 남아있다.

제일은행에 따르면 손 선생이 은행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40년 4월 1일. 일본 메이지()대 법문학부를 졸업한 뒤 제일은행의 전신인 조선저축은행에 입사했다.

당시 선망의 대상이었던 은행에 입사하려면 까다로운 공채 시험을 통과해야 했다. 손 선생이 은행에 입사하는 데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예우한 조선육상연맹의 추천이 큰 힘이 됐다고 한다.

은행 업무는 만만치 않았다. 손 선생은 은행원의 필수품이던 주판을 다루는 데 서툴러 많은 고생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예금 권유기간에는 종전의 개인별 최고 유치실적보다 4배 정도 많은 실적을 올렸다. 조선저축은행은 물론 다른 은행에서도 화제가 됐을 정도였다.

그러나 은행원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입사한 지 4년 3개월 만인 1944년 7월 가정형편을 이유로 사직서를 내고 고향인 평북 신의주로 귀향한 것.

지금도 제일은행 사료실에는 손 선생이 입사할 때 제출한 신원보증서, 인사기록 카드, 사직원 등 관련 기록이 보관돼 있다.



차지완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