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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어린 엄마

Posted February. 16, 2005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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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딸이 임신을 했다! 어른들에겐 날벼락이지만 그들한테는 사랑이란다. 개봉을 앞둔 청소년 영화 제니, 주노를 놓고 대중매체와 밥상머리에선 벌써부터 논란이다. 양가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기를 낳아 키우는 과정이 예쁘고 귀엽게만 그려져서다. 어떤 결과가 생길지도 몰랐다는 10대의 사랑은 15세 관람가답게 우리 그거 했잖아란 한마디로, 아기 수호 감동 프로젝트란 광고문구로 표현된다.

감독은 어린 소년과 소녀가 사랑을 어떻게 책임지는가 보여주고 싶었다고 제작의도를 설명한다. 아이들이 모방범죄를 일으킬까 겁난다며 흥분하는 어른들 반응과 대조적이다. 그런데 정작 영화 속에서 책임지는 자는 어린 엄마(제니)의 어머니다. 고교생쯤 된 제니와 주노는 공부를 하는데 어머니 역의 김자옥이 아기를 돌보는 것이다. 전국의 여학생 어머니들이 분노해 궐기하지 않을까 싶어진다. 딸 가진 게 죄냐! 하면서.

자유분방할 것만 같은 미국서도 중고교마다 순결교육(Abstinence-Only Sex Education)을 강조하는 건 순결=도덕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서 태어나는 아기의 셋 중 하나, 흑인 아기의 셋 중 둘, 그리고 10대 엄마가 낳은 아기 넷 중 셋은 혼외() 출생이라는 통계가 있다. 어린 여학생이 임신할 경우 대체로 아빠도 어리기 때문에 미혼모가 될 가능성이 크고, 학교도 다니기 힘들어서 그만두게 되고, 그러면 좋은 직업을 갖기도 어려우므로 아이까지 가난이 대물림될 수밖에 없어서다.

영화가 비장한 척 써 붙여놨듯이 생명존중 사상은 중요하다. 그러나 어린 엄마의 비극이 사회빈곤층을 확산시킨다면, 열다섯 살짜리가 사랑을 하고 아기를 낳는 것이 과연 책임지는 태도이며 생명존중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낙태를 장려해서도 안 될 일이지만, 여중생의 임신과 출산을 미화하는 건 청소년 인터넷 성매매 못지않게 부도덕하다. 10대의 사랑과 순결과 피임에 대해 터놓고 얘기할 때가 됐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