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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으로 돌아가는 탈북자들

Posted December. 02, 2004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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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7월 11일 목숨을 건 탈북을 감행했던 최승찬 씨(37). 그는 당시 자전거 튜브에 의지해 예성강을 따라 남한으로 넘어와 화제가 됐다. 그러나 지금 그는 북한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최 씨는 북한의 처자식을 탈북시키기 위해 중국에 갔다가 여의치 않자 올 음력설 전날인 1월 21일 두만강을 건너 북한으로 넘어갔다. 보위부에 자수한 뒤 몇 달간 조사를 받았지만 큰 문제없이 탈북 때의 거주지인 개성에서 가족과 재회했다.

북한 특수부대인 38항공육전여단에 복무했고 탈북 전 개성벽돌공장에서 일했던 그는 한국에서는 1997년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농협중앙본부 대리로 근무했다. 지금은 개성컴퓨터센터에서 일한다.

최 씨는 개성 주민 사이에 8년 만에 팔자를 고친 선망의 대상이라고 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잘 대해주라는 지시를 2번이나 했고, 한국에서 번 돈으로 풍족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남한에서 배운 컴퓨터 실력도 부러움의 대상. 개성 주민들 사이에는 최 씨처럼 남조선에 가서 돈을 벌어오자는 말까지 나온다고 최근 탈북한 김모 씨는 전했다.

잇따르는 탈북자의 U턴=북한 당국은 최근 탈북자도 돌아와 자수하면 용서하고 환영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이 때문에 탈북자의 재입북이 심심찮게 생겨나고 있다.

최 씨의 경우 재입북 때 한국에서 번 5만 달러(약 5100만 원)를 갖고 갔다. 북한 당국은 이 돈의 처분권을 최 씨에게 주었다. 개성에서는 최 씨가 국가에 3만 달러를 바치고 8000달러는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었으며, 1만2000달러(약 1250만 원)를 개인 소유했다는 소문이 퍼져 있다.

현재 북한 암시장 환율로 1만2000달러는 북한 돈 2160만 원 상당. 월급 3000원을 받는 북한 중학교 교사가 600년 동안 꼬박 벌어야 하는 거액이다.

최 씨처럼 단독으로 탈북한 뒤 한국에서 번 돈을 갖고 가족을 찾아 북한으로 되돌아가는 기러기 탈북자는 또 있다.

1996년 한국에 입국해 사업 실패 뒤 2000년 북한으로 U턴, 2003년 다시 한국행을 했던 남수 씨(47올해 4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의 경우도 마찬가지. 그는 북한으로 돌아간 뒤 환대를 받았고, 갖고 간 돈으로 목욕탕과 이발소까지 경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몇 달 전에는 서울 양천구와 강서구에 거주하던 20대 남녀 탈북자 2명이 각각 4000만 원, 1000만원을 갖고 북한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지는 등 탈북자의 U턴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왜 재입북인가=지난해 5월 한국에서 만나 결혼한 처를 부모에게 소개한다며 함북 회령으로 밀입국했던 탈북자 부부가 이웃주민의 신고로 북한 보위부에 체포된 일이 있었다.

심지어 일부 탈북자는 두만강을 건너 국경 부근의 고향에서 설을 쇠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북-중 국경을 몰래 들락거리는 일이 쉬워졌다는 이야기다.

탈북자 U턴에는 북한의 유화적 태도의 영향도 크다. 탈북자 가족을 박해하던 정책에서 회유 정책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현재 대다수 탈북자들은 한국에서 번 돈을 북한 가족에게 송금하고 있다. 북한이 탈북자에 대한 포용정책을 계속한다면 한국에서 번 돈으로 가족과 함께 떵떵거리며 살 수 있는 북한 U턴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더 나올 수도 있다.



주성하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