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 말이 있다. 여자들의 수다를 비웃는 소리다. 하지만 수다가 여성만의 전유물이라고 간주하면 오산이다. 서로 모여서 이야기, 특히 남의 말을 하면서 은밀한 쾌감을 나누고 인간관계를 돈독히 하는 건 인간의 오랜 본능이다. 회의실이나 계단 끝 흡연장소, 술집에 가면 접시 깨지는 것 뺨치게 종이컵이 뭉개지고 술병이 날아가기도 한다. 영국의 조직심리학자 나이겔 니컬슨에 따르면 남자들은 이걸 수다 아닌 네트워킹이라고 고상하게 부를 뿐이다.
우리끼리 얘기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두 사람이 나눈 이야기가 온 동네를 돌아 다시 내 귀에 들어오는 일이 적지 않다. 한 쪽에서 새로운 정보를 주면 다른 쪽도 그에 상응하는 정보를 내놓아야 한다는 네트워크의 정치학이라는 게 있어서, 내가 처음에 했던 말이 좀 더 풍만해져 있기 십상이다. 특히 마당발, 정보통으로 이름난 사람에게 뭔가를 털어놓는 것은 24시간 위성방송에다 대고 하는 말이나 다름없다. 2000년 전 사도 바울은 이를 잘 이용한 사람이었다. 복음을 전파하되 당시의 가장 큰 공동체를 찾아, 제일 효과적으로 이웃에게 알릴 수 있는 사교성 있는 사람들과 접촉한 것이다. 그는 모든 것은 서로 연결돼 있다는 네트워크와 주변의 점들과 유독 더 많이 맞닿아 있는 연결점인 허브(hub)를 가장 먼저 이해했던 모양이다.
그 인간 허브를 잡는 것은 마케팅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지대한 관심사이기도 하다. 유행 여부나 대박 예감을 일찌감치 알아차리고 이를 가장 먼저 받아들이고 퍼뜨리는 이들에게 집중 홍보를 하면 뜰 확률이 훨씬 높아지기 때문이다. 에이즈나 성병도 성관계가 많은 허브를 통해 급속히 확산된다. 따라서 에이즈나 성병의 치료예방은 이들 허브를 집중 공략하는 게 효과적이다. 이같이 패션부터 에이즈와 테러, 주식시장 붕괴 방지까지 거의 모든 것을 예측할 수 있게 하는 네트워크 이론이 지금 미국서 일시적 인기(fad)를 끌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도 전하고 있다.
지난달 말 세계를 꼼짝 못하게 했던 인터넷 대란도 네트워크의 도미노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가장 부자 웹사이트인 허브가 무너지면서 그 밑의 수많은 사이트가 연쇄적으로 쓰러져 전체 네트워크가 마비됐다는 설명이다. 원하든 원치 않든 우리가 사는 세상이 바로 네트워크이며 어디에나 네트워크는 존재한다. 부익부 빈익빈, 20/80 등 인간의 법칙이 지배하는 네트워크 속에서 가장 강한 허브가 실은 가장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을 지녔다는 것은 절묘한 역설이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