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투기세력과 전면전을 선언했다. 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 소집된 EU 재무장관회의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유사한 유럽식 구제기금 조성 신용평가회사 등 금융시장 참여자에 대한 규제 강화 회원국 재정건전성 감독 강화 등을 집중 논의했다.
EU 각국 정상도 이날 휴일도 잊은 채 자국에서 유로화 방어대책에 골몰했다. 특히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65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하려던 계획까지 취소했다.
유럽 지도자들은 대체로 2008년 금융위기를 초래한 공범인 신용평가사가 이번 위기를 악화시킨 주범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월요일인 10일 금융시장이 개장하기 전까지 최근 금융시장을 교란시킨 세력으로 지목된 신용평가사에 대해 규제강화라는 채찍을 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또 그리스에 대한 1100억 유로의 지원 외에 700억 유로의 기금을 추가로 조성해 위기에 처한 국가에 긴급 지원할 수 있도록 하자는 안도 논의됐다. 일종의 유럽식 통화기금을 조성하자는 것인데 일부 국가 정상은 10일 금융시장 개장 전까지 구체적인 내용을 내놓아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날 EU 재무장관회의는 7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장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가 우리는 일요일(9일) 밤까지 유로화를 지키고자 확실한 방어막을 칠 것이라고 말한 뒤 소집됐다. 그는 지금 우리는 유로화를 겨냥해 전 세계적으로 조직화된 공격에 직면해 있다며 유로존이 단합해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초 이날 유로존 정상회의는 2일 타결된 그리스에 대한 유로존과 IMF 구제금융안을 최종 승인하기 위해 소집됐으나 며칠 사이에 상황이 나빠지면서 유로화 사수 방책을 논의하는 자리가 됐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정상회의 직후 유로화는 EU의 핵심적 요소로서 투기세력에 내맡길 수 없다며 우리는 앞선 세대가 이루어 놓은 것(단일통화)을 다른 자들이 망쳐놓도록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8일 유럽 각국이 유로화 안정과 투기대응을 위해 특단의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며 유로화의 안정을 위협하거나 투기세력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의 도구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평인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