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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평의원 70명의 반란

Posted May. 02, 2009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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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지난달 30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추진했던 금산분리 완화법 2건 가운데 1건이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물밑에서 야당과 협상해 법안을 내놓았는데도 정작 주무 상임위원회의 김영선 정무위원장은 여야 의원들에게 부결을 촉구했다. 이 때문에 적잖은 한나라당 의원이 반대표를 던지거나 아예 기권하는 바람에 반쪽 법안이 돼 버렸다. 이날 국회와 여당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반쪽으로 쪼개진 당론

여야 지도부는 이날 오전부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묶여 있던 금산분리 완화법(은행법,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했다. 이 법안은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여야가 2월 국회에서 합의까지 한 것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틀었다. 원안대로는 통과시킬 수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당 지도부는 관례대로 서로의 체면을 세워주는 선에서 정치적인 타결로 이 문제를 매듭짓기로 했다. 개정안에서 10%로 돼 있던 기업의 시중은행 지분 소유 한도를 9%로, 20%였던 산업자본의 사모펀드(PEF) 출자 한도를 18%로 낮추는 수정안을 다시 제출키로 한 것이다. 이 같은 타협 후에야 민주당은 (법안 저지를 위해) 몸으로 막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로써 작년 말부터 이어진 여야 간의 지루한 공방은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반란의 그림자는 국회 본회의장을 짙게 드리우고 있었다.

오후 11시 45분,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에 대한 수정안이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 외 169명의 발의로 본회의에 상정됐다. 그러나 한나라당 소속의 김영선 정무위원장이 반대토론을 신청하면서 상황은 예기치 않게 돌아갔다. 그는 직전에 은행법 개정안에 대한 수정안을 놓고도 반대 토론에 나섰다. 하지만 여야 지도부가 합의한 개정안이 통과되자 이번에는 금융지주회사법을 부결시키기 위해 재차 나섰다.

김 위원장은 4, 5개월 동안 해당 상임위에서 의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결론을 내린 것을 여야 원내대표들이 마지막 공적을 내기 위해 야합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면서 여야 지도부를 통렬하게 비판했다. 그는 또 오늘은 여야 원내대표들의 권력에 의해 개별 의원들이 짓밟히는 폭거의 날이라며 앞으로 어떻게 개별 의원들의 식견을 믿어달라고 지역 구민에게 얘기할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기정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