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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본성 쓰다듬는 음악 됐으면

Posted October. 11, 2007 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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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음악은 길을 잃은 멜로디다(타이틀곡 삶은 여행 중). 모든 것은 현실에서 한 뼘쯤 떠 있다. 닳고 닳은 사랑의 감정보단 풀벌레들의 여린 오케스트라나 천국으로 향하는 통로에 주목하고 어떨 때는 행복한 아나키스트가 되라고 노래한다. 하지만 그렇게 부유하는 음표들은 절대 방황을 모른다. 확실한 방향감각을 가지고 떠도는 자신만의 멜로디로 그는 한국 가요사에서 그 존재가 흔치 않은 여성 아티스트라는 독특한 궤적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가수 이상은(37). 2년 전 로맨토피아에서 사랑을 노래하던 그가 13집 더 서드 플레이스(The Third Place)로 돌아왔다. 평단의 지지를 받았던 6집 공무도하가의 프로듀서 이즈미 와다와 다시 만났고 그의 작업실인 일본 오키나와에서 모든 작업을 완성했다. 음악의 완성도는 더 높아졌고 대중성 또한 놓치지 않으려는 흔적이 엿보인다. 그녀도 어렵다는 느낌의 공무도하가와 대중적으로 쉬워진 12집 로맨토피아의 중간쯤이라는 표현이 알맞다고 했다.

홍대 근처에 7년 동안 살며 터줏대감이 돼 버렸다는 그를 5일 인사동 한 갤러리로 불러냈다. 딴 동네 나오니까 신기해요. 그의 첫마디였다.

홍대와 이상은은 이제 너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20대 내내 일본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하다 서른 살에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전 삼청동 토박이인데 지금은 홍대가 제게 맞아요. 늘 어딘가에 새로운 가게가 생기고 한 달 후면 망하고 또 생기죠. 뉴욕의 다이내믹함과 도쿄의 치열함이 여기 있어요. 주말엔 공연하는 후배에게 찾아가 기웃거리기도 하고 어떤 클럽엔 저를 위한 VIP 티켓도 마련해 놨어요. 동네 이장 다 됐죠 뭐.

앨범의 뜻이 제3의 공간이다.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가.

오키나와에 1년 넘게 있으면서 하루 일과가 하늘 보기, 구름 지나가는 것 보기, 바다 색깔 변하는 거 보기, 노을 보기, 인생에 대해 생각하기였어요. 뻥 뚫리는 바다 앞에서 서울이라는 카오스를 들여다보니 저도 모르게 도시 생활에 지쳐 있었던 거죠. 인터넷 서핑하다 알게 된 용어인데 제1의 공간이 생존, 제2의 공간이 생산의 공간이라면 제3의 공간은 인간이 원래 가지고 있던 본성을 키우는 공간이래요. 제 노래가 그런 치유의 음악이 됐으면 좋겠어요.

사랑을 노래한 지난 앨범과 비교하면 다시 예전 음악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대중적인 음악을 지향했던 지난 앨범에선 제가 표현하는 슬픔이나 기쁨도 뻔할 수밖에 없었죠. 남자친구를 공개하니 모든 노래를 그것과 연결시키더라고요. (그는 지금 연애를 하고 있지 않다.) 이즈미 와다와 함께 작업하며 대중음악에서 벗어날 수 있는 판이 주어졌죠. 그래도 많이 쉬워지지 않았나요?

가수 생활 19년 동안 인터뷰하며 가장 많이 들어 본 질문은 무엇인가.

담다디죠.(웃음) 강변가요제를 앞두고 학교 선배님이 5곡을 지어 줬어요. 할까 말까 망설이는 사이 좋은 곡은 다른 사람들이 다 들고 갔죠. 그래서 남은 한 곡이 그대는 정말이라는 곡이었어요. 만들다 만 곡 같아 다들 비웃는 분위기였죠. 이대로 안 되겠다 싶어 춤도 추고 제목도 담다디로 바꿨는데 아무도 몰랐죠. 그게 대상을 받을 줄은.

담다디로 가수 생활을 시작한 걸 후회해 본 적은 없나.

쉽고 고상하게 시작할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난 혼자 힘으로 노력해서 여기까지 올라왔고 자랑스러워요. 그때는 소방차의 시대였어요. 담다디로 시작한 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었죠. 나름대로 괜찮았다고 생각해요.

자신만의 색깔이 강해 대중적인 반응은 신경 쓰지 않을 것 같다.

그런 걸 사기꾼이라고 하죠. 대중의 반응에 무심한 건 책임감이 없는 거예요. 어제도 밤늦게까지 디지털 차트를 확인했는데 몇 곡이 상위 순위를 차지하는 걸 보고 예스 했죠. 수준 높은 음악으로도 대중적으로 성공하는 것, 쉽지 않은 전쟁이 될 것 같지만 어떤 것도 놓치고 싶지 않아요.



염희진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