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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CCTV에 갇힌 인생

Posted April. 19, 2006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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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자유공원의 맥아더 장군 동상을 지키기 위해 3000만 원의 예산이 들었다. 과격파들의 훼손 시도 때문에 구청에서 감시카메라를 설치한 것이다. 서울 문래공원의 박정희 소장 동상도 훼손이 잇따르자 감시카메라를 세워 지켰다. 1980년대 하와이총영사관은 반()정부 유학생들이 전두환 기념식수 나무를 자꾸 파헤치자 나무 옆에 폐쇄회로(CC)TV를 달아볼까 논의했다. 그러나 외신에 보도되고, 우스꽝스러운 군사독재의 나라로 비칠까봐 그만두었다고 한다.

미국은 911테러 이후 주요 도시의 감시카메라를 고성능으로 바꾸고 있다. 줌 기능을 갖추어 멀리 있는 물체도 확대해서 식별할 수 있게 한다. 수도 워싱턴과 시카고 등지에 고성능 카메라 수천 대가 새로 설치됐다. 호주의 멜버른 시민들은 시내 곳곳에 붙어 있는 카메라에 누구라도 하루 평균 100회가량 찍힌다고 한다. 은행 현금지급 설비, 주차장, 백화점, 지하철역, 공항, 공중화장실, 전봇대의 감시카메라에 가는 곳마다 예외 없이 감시당한다.

영국이 공공장소에 설치한 카메라는 420만 대나 된다. 경찰이 직영하는 방범()카메라만 4만 대나 되고, 도시 주민들은 평균 30초에 한 번꼴로 찍힌다는 보도다. 카메라가 사생활만 침해할 뿐 테러로부터 보호도 못해 준다는 불평이 일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영국의 77테러 발생 엿새 만에 범인을 확인시켜 준 것은 바로 방범카메라였다. 그래서 영국 경찰은 적어도 테러범 색출에는 도움을 주지 않느냐고 반박한다.

서울 구로동의 오피스텔에 사는 주민이 감시카메라를 뜯어냈다 특수절도 혐의로 입건됐다. 그는 술 취한 김에,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 뜯어냈다며 날이 밝으면 관리사무소에 가져다 줄 생각이었다고 항변한다. 간간이 터지는 몰카 소동 때문에 누군가 자신을 엿보고 있다고 느끼는 피해망상증도 늘어간다고 한다. 찍히는 게 기분 나쁘더라도 대범하게 의식하지 않는 길밖에 없다. 범죄 예방의 덫에 갇혀 하루 한시도 옴짝달싹 못하는 서글픈 현대인이다.

김 충 식 논설위원 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