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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 위해 스위스로 가려던 60대…경찰, 항공기 이륙 늦추고 마음 돌려

‘안락사’ 위해 스위스로 가려던 60대…경찰, 항공기 이륙 늦추고 마음 돌려

Posted February. 11, 2026 09:18   

Updated February. 11, 2026 09:18


경찰이 일명 ‘조력 자살’을 목적으로 해외 출국을 시도한 것으로 의심된 60대 남성의 항공기 이륙을 지연시켜 출국을 막고 가족에게 인계했다. 조력 자살은 의사의 도움하에 환자가 스스로 약물을 투여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 방식이다.

인천국제공항경찰단에 따르면 9일 오전 9시 30분쯤 60대 남성의 가족으로부터 “아버지가 ‘존엄사’를 위해 출국하려는 것 같다. 이를 제지해달라”는 내용의 112 신고가 접수됐다. 존엄사는 의사가 환자에게 직접 약물을 투여하거나 연명의료를 중단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 방식으로, 국내에서는 후자만 허용된다.

가족에 따르면 폐섬유증을 앓고 있는 이 남성은 이날 김해공항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에서 환승한 뒤 낮 12시 5분 프랑스 파리행 항공편에 탑승할 예정이었다. 폐섬유증은 폐 조직이 굳어 호흡 장애를 유발하는 만성 호흡기 질환이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 일상생활이 어려워지고 만성적인 기침과 극심한 피로감, 수면 장애를 겪는 경우가 많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가족으로부터 연락처를 전달받아 오전 10시쯤 인천공항 탑승 게이트 앞에서 남성을 만났다. 남성이 “몸이 좋지 않아 마지막으로 여행을 다녀오려 한다”고 말해 경찰은 어쩔 수 없이 그를 놓아줬다.

그러나 오전 11시 50분쯤 가족으로부터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 형식의 편지가 발견됐다”는 추가 연락이 접수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이때는 항공기 이륙 약 15분 전으로 남성은 이미 기내에 탑승한 상태였다.

경찰은 항공기 이륙을 지연시키고 남성을 비행기에서 하차시킨 뒤 설득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유서로 보이는 편지가 확인된 이상,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자기 생명을 해칠 가능성이 높은 상황으로 판단했다”며 “자살 예방과 생명 보호는 경찰의 기본 책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슷한 연령대의 경찰관이 가족들이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대화를 이어가며 귀가를 설득했다”고 덧붙였다. 이 남성은 결국 경찰의 설득을 받아들여 출국을 포기했다.

경찰 조사 결과 남성은 파리를 거쳐 스위스로 이동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스위스에서는 의사가 직접 약물을 투여하는 존엄사는 불법이지만, 의사의 도움을 받아 환자가 스스로 약물을 투여하는 ‘조력 자살’은 허용되고 있다. 외국인에게도 적용된다.

60대 남성은 경찰 면담 과정에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도 나의 권리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출국을 막아달라는 가족의 요청과 자살 위험 신호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남성이 김해공항으로 돌아가는 것까지 확인했고 관할 경찰과 협조해 공항에 나와 있던 가족에게 무사히 인계했다”고 말했다.


인천=공승배기자 ks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