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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60% “결혼-출산 필요 없다”

Posted April. 22, 2021 07:25   

Updated April. 22, 2021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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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노원구에 사는 고3 박모 양은 최근 미혼인 30대 사촌언니가 자유롭게 사는 모습을 보며 ‘나도 혼자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박 양은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는 것보다 혼자 고양이를 기르고 취미생활을 즐기는 삶이 더 행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구리시에 사는 중3 홍모 양은 결혼에 대한 꿈은 있지만 아이를 낳는 것에 관심이 없다. 홍 양은 “나를 키우기 위해 어린이집 교사를 그만둔 엄마를 떠올리면 아이 키울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 청소년 10명 중 6명이 이처럼 결혼과 출산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들의 ‘비혼’ 및 ‘비출산’ 인식이 청소년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여성가족부는 21일 이 같은 내용의 2020 청소년 종합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 조사는 14∼25세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항목에 ‘전혀 그렇지 않다’거나 ‘그렇지 않다’고 답한 청소년이 전체의 60.9%였다. 2017년 조사(49%)보다 1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여성 청소년 중 결혼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65.1%로 남성 청소년(57.1%)보다 높았다. 연령별로는 14∼19세의 56.6%, 20∼25세의 64%가 “결혼이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출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늘고 있다. ‘결혼을 하더라도 반드시 아이를 가질 필요가 없다’는 항목에 ‘매우 그렇다’와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전체의 60.3%였다. 3년 전 조사(46.1%)에 비해 14% 넘게 늘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실시됐다. 청소년기본법상 청소년에 해당되는 10∼25세 7170명이 대상이다. 여가부는 3년마다 이 조사를 진행한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경선 여가부 차관은 “청소년들의 결혼과 출산 의사가 점점 떨어지는 것을 굉장히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사를 진행한 김기헌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결혼과 출산의 전제조건인 취업, 부모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여건 등이 조성되지 못해 부정적 인식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남성과 여성 사이 ‘젠더 갈등’이 이성에 대해 적대적인 감정으로 이어진 점도 결과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사회가 부모와 자녀로 이뤄진 전통적인 가족 형태는 물론, 동거와 혼외 출산 등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적극 포용해야 결혼과 출산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내 저출산 정책은 혼인신고를 한 부부 위주로 만들어진다”며 “프랑스나 스웨덴 등 해외 국가처럼 동거 가정, 혼외 출산 가정 등 다양한 가정에 대한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소영기자 k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