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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영주권 너무 싸다

Posted February. 27, 2015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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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이면 제주도에는 노란 유채꽃이 바다를 이룰 것이다. 쪽빛 바다에 현무암과 감귤나무가 어우러진 이국적인 풍경,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성산일출봉과 용암동굴. 제주는 어느 한 곳 버릴 데 없는 보석 같은 섬이다. 그런데 갈 때마다 해변에는 건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서고 산간까지 개발이 이뤄져 아름다운 제주의 경관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 한국 섬에 갈등을 일으키는 중국인들이란 기사에서 최근 급증한 중국인 투자의 명암을 소개했다. 중국인들의 부동산 투자는 제주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하지만 난개발과 환경 파괴,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인해 현지인들과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는 내용이다. 중국계 자본이 12일 제주신화역사공원에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 리조트를 기공하자 시민단체들이 소송을 제기하며 강하게 반발한다는 얘기도 전했다.

WSJ는 제주도가 1970년대 후반 일본인이 장악했던 하와이가 되어 가는 중이라고 비유했지만 사실은 그 이상이다. 제주도 면적은 하와이의 15분의 1로, 하와이에 딸린 작은 섬 규모밖에 안 된다. 일본 인구는 1억2000만 명이지만 중국은 그 10배가 넘는다. 중국인들의 공격적 투자는 제주도뿐 아니라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호주는 다음 달 외국인 투자자본에 대해 세금을 신설할 예정이고 같은 중국계인 홍콩과 싱가포르도 외국인 투자에 대한 세금을 강화했다.

제주도는 2010년 부동산투자 이민제도를 도입했다. 50만 달러(약 5억5000만 원) 이상 투자하면 거주자(F2) 비자를 주고 5년 뒤 영주권도 준다. 지금까지 F2 비자를 받은 1007명 가운데 98.4%가 중국인이다. 중국 상하이의 방 2, 3개짜리 아파트가 10억 원을 훌쩍 넘으니 한국이 더 싸다며 몰려올 만하다. 제주도는 투자이민 기준을 100만 달러 이상으로 높여 달라고 했으나 정부는 2018년 일몰제이니 그때 생각해보자는 입장이다. 투자 유치도 좋지만 이제는 너무 싸게 굴지 않았으면 좋겠다.

신 연 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