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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여왕 내외, 미혼 대통령에 마차 합석 배려

영여왕 내외, 미혼 대통령에 마차 합석 배려

Posted November. 06, 2013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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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여왕과 대통령의 딸 출신의 여성 대통령과의 만남은 그 자체로 관심을 끌었다. 박 대통령은 5일(현지 시간)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영국 국빈방문을 시작했다.

영국은 1년에 두 번만 외국 정상을 국빈 초청해 대영제국 왕실의 화려한 전통 의전으로 고품격 대접을 한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등극한 지 61년 동안 59개국 정상만 국빈 초청을 받았고 2번 이상 초청받은 나라는 25개국밖에 없다. 대부분은 주변 유럽국이나 영연방 국가, 산유국들이었다. 영국의 최대 우방국인 미국 대통령 중에도 국빈방문 예우를 받은 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 등 두 명뿐이다.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 대통령으로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국빈방문 후 9년 만에 국빈 초청을 받았다. 영국 왕실은 박 대통령 당선 직후 스콧 와이트먼 주한대사를 통해 조속한 국빈방문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의 높아진 위상과 여성 대통령 배출의 후광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왕 내외와 마차 행진이 하이라이트

영국 런던 현지 시간으로 5일 오전 11시 40분, 정확한 시간에 맞춰 요크 공작(앤드루 왕자여왕의 2남)이 박 대통령이 묵고 있는 힐턴 호텔을 찾았다. 박 대통령의 숙소 거실에서 잠시 환담을 나눈 뒤 요크 공작은 박 대통령과 함께 호스가즈 광장으로 향했다. 노 전 대통령 때는 3남인 웨섹스 백작(에드워드 왕자)가 영접했다. 영국 공식방문 의전의 시작이었다.

호스가즈 광장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내외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윌리엄 헤이크 외교부 장관, 테레사 메이 내무부 장관, 로저 기포트 런던 시장, 육해공군 참모총장, 근위대장 등이 기다리고 있었다.

박 대통령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내외와 함께 중앙 단상으로 이동한 뒤 100여 명으로 구성된 황실 근위대를 사열하고 영국 측 수행원과 인사를 나눴다. 군악대의 애국가 연주가 이어지는 동안 런던 도심의 그린파크와 런던타워에서는 41발의 예포가 발사됐다.

근위대 사열을 마친 후 왕실 전용마차가 입장했고 박 대통령은 백마 6필이 이끄는 황금색으로 장식된 1호 마차에 여왕 내외와 함께 탑승했다. 9년 전에는 관행에 따라 노 전 대통령과 여왕이 1호 마차, 필립 공과 권양숙 여사는 백마 4필이 이끄는 2호 마차에 탔지만 미혼인 박 대통령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여왕 내외가 함께 마차를 탔다. 나머지 공식수행원 10명도 흑마가 이끄는 마차에 나눠 탔다.

이날 공식환영식의 하이라이트는 호스가즈 광장에서 버킹엄 궁까지 1.6km에 이르는 마차행진이었다. 마차행렬은 호스가즈에서 더몰을 거쳐 퀸스가든 남단, 버킹엄 궁 중앙문을 통과한 뒤 약 10분 후 여왕 주최 오찬행사가 열릴 대현관에 도착했다. 영국 내 625전쟁 참전 기념비 처음 설립

영국은 625전쟁에 5만6000여 명을 파병해 1000여 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파병 16개국 중 유독 영국에만 수도에 참전 기념비가 없었다.

박 대통령은 7월 글로스터 공작 방한 시 접견 자리에서 파병 16개국 중 유일하게 영국 수도에만 한국전 참전 기념비가 없어 안타깝다. 한국 정부와 영국 참전용사협회가 함께 기념비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참전용사들의 헌신이 영국 내에서도 기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국방부 옆 가든에 참전기념비 건립 부지에서 진행된 기공식에 참석했다. 박 대통령이 4개월 전 직접 당부했던 글로스터 공작도 이 자리에 참석했고 2011년 케이트 미들턴과의 세기의 결혼, 7월 로열 베이비 출산으로 전 세계 화제가 된 캠브리지 공작(윌리엄 왕세손)도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한국전 참전용사들과 환담을 나눈뒤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있는 무명용사묘에도 헌화하고 참배했다.

런던=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