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교감에 따른 상호 실리 추구
이번 실무대화가 성사된 것은 남북한 당국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제안한 그랜드 바겐(일괄 타결)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이번 기회에 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앉혀 놓고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생각이다. 북한도 지난달 임진강 수해 피해에 대한 사과 등 피할 수 없는 남측의 요구에 응하면서 국제사회에 대화 의지를 나타내고 남한의 대북 지원을 기대하는 실리를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실무 대화 성사와 관련해 한 당국자는 북측과 완전히 일정을 협의한 것은 아니지만 사전에 충분한 교감을 가지고 추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양측이 다양한 비공식 채널을 통해 회담 개최의 필요성과 대략의 시기를 공감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남북은 정상회담이나 장관급회담 등 최고위 차원의 대화를 통해 실무적인 문제를 한번에 해결하는 위로부터의 탑 다운(top-down) 방식이 아니라 실무적인 현안 문제부터 풀고 더 높은 차원의 대화를 추구하는 아래로부터의 바텀 업(bottom up) 방식을 택하기로 합의했다. 북한 핵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남북대화를 진전시킬 수 있는 실용적인 방안을 모색했다는 평가다.
남북관계 진전 속도는 태도에 달려
이번 실무 대화는 8월 이후 이어진 남북간 접촉의 연장선 위에 있다. 차제에 남북관계의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인지는 북측의 태도에 달려 있다는 게 당국자들의 판단이다.
우선 북측이 남측의 요구를 얼마나 받아줄지가 관건이다. 북한이 14일 회담에서 지난달 황강댐 무단 방류 사건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 임진강 공동 이용을 제도화하는 방안에 합의할 경우 남북관계가 진전될 수 있다. 남측은 북한이 16일 적십자회담에서 이산가족 상봉 상시화 및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 해결 등 인도적 문제 해결을 위한 3원칙을 실현할 구체적인 방안에 긍정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고 있다.
북측은 이에 대한 대가로 16일 실무 접촉에서 인도주의적 식량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한 당국자는 이번 적십자 실무 접촉의 남측 의제에 대북 식량지원은 포함되지 않지만 북측이 제의하면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측이 남측의 요구를 대폭 수용할 경우 소량의 식량 지원을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석호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