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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빚투자' 허리휜다

Posted June. 08, 2003 21:50   

투기성 투자로 인해 빚더미에 허덕이는 30, 40대 화이트칼라 중산층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이는 대박의 꿈 때문에 빚을 낸 돈으로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하는 풍조 때문에 생겨나고 있는 현상.

과거 생활비를 쪼개 적금을 붓던 모습 대신 근년 들어 확산되고 있는 중산층의 투기성 가계 운영에 대해 전문가들은 성공 확률이 낮은 투자를 위해 지나친 빚을 떠안는 비정상적인 풍조가 확산될 경우 경제 기반의 중추가 흔들릴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본보 취재팀이 중산층 화이트칼라들이 많이 살고 있는 서울의 아파트촌 7개 은행 지점의 담보, 신용대출 현황과 적금 수신고 변화 등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지점에서 최근 수년간 적금 총액이 30% 이상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아파트 거주자들은 평형에 따라 5000만2억원 상당을 집 담보로 대출받았으며 급여의 3분의 1 이상을 매달 이자로 내고 있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A은행 압구정지점의 경우 3년 전 같은 기간 대비 2500억원까지 올라갔던 적금 총액이 올 들어 1700억원으로 30% 가까이 줄어들었다. 은행측은 그나마 올 연말까지 7%대를 보장받던 3년 만기 적금 고객이 빠지면 수신고는 더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주택청약통장 근로자우대적금 등을 제외하고 가계적금을 신규 가입하는 고객은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제일은행의 정기적금 신규 취급 계좌수는 올 1월 말 1만2832계좌에서 4월 말 3505계좌로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의 정기적금 신규 취급 계좌수도 6만3104계좌에서 5만2545계좌로 감소했다.

B은행 사당동지점이 아파트 담보대출자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9평형은 평균 5000만원, 25평형은 7500만원, 32평형은 1억원, 44평형은 1억7500만원을 융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0평형 이상은 대출한계(시가의 60%)를 채운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급여의 30% 이상을 대출 이자로 내는 담보 대출자가 전체 대출자의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였다.

당장 쓸 일은 없지만 유사시를 대비한 대출통장의 수요도 높다. C은행 도곡동지점은 VIP고객을 상대로 500만2000만원을 언제든 찾아 쓸 수 있는 베스트론 상품을 300명에게 판매했으나 10억원 정도만 빠져나갔다. 지점 관계자는 대출액 설정만 해 놓은 채 청약증거금 납부나 주식투자의 때를 기다리고 있는 금액이 20억원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증권회사에 다니는 김모씨(38)는 최근 재건축이 확정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주공 2단지 아파트를 계약하기 위해 동작구 흑석동 32평 아파트를 팔고 회사 융자와 담보 대출을 합쳐 추가로 2억5000만원을 빌리기로 했다. 호가 6억4000만원인 16평짜리 아파트를 사두면 수년 뒤 무상으로 40평 아파트를 받을 수 있기 때문.

그는 월 170만원 가까운 금융비용을 생각하면 잠이 안 올 지경이지만 식지 않는 부동산 열기를 감안해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가계 대출은 지난해 10월 정부가 억제책을 시행한 뒤 한때 줄었지만 올 2월부터 다시 완만한 상승 국면으로 돌아서 4월에는 3월(2조4000억원)보다 7000억원 이상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 빚은 73.6%에 이르며 가구당 평균 빚은 2916만원이다.

연세대 의대 고경봉 교수(정신과)는 정상적으로는 중산층 이상 계급으로 신분 상승할 수 없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화이트칼라들이 한탕 대박을 좇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가 확산된다면 거품이 걷힐 경우 중산층이 붕괴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조인직 황진영 cij1999@donga.com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