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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안 끝났는데 “경기 둔화 시작”…코앞까지 온 ‘S’

고물가 안 끝났는데 “경기 둔화 시작”…코앞까지 온 ‘S’

Posted February. 18, 2023 04:17   

Updated February. 18, 2023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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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한국이 처해 있는 경제상황을 ‘경기둔화’로 공식 진단했다. 기획재정부는 ‘2월 경제동향’에서 “물가가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내수회복 속도가 완만해지고, 수출부진 및 기업심리 위축이 지속되는 등 경기흐름이 둔화됐다”고 밝혔다. 작년 6월부터 사용해온 “경기둔화 우려”라는 표현에서 ‘우려’를 뺐다. 고물가와 경기침체가 중첩된 ‘스태그플레이션’의 문턱에 우리 경제가 바싹 다가섰다는 의미다.

모든 지표는 이미 경기침체를 가리키고 있다. 반도체와 대중 수출이 급격히 줄면서 1월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6.6% 감소했다. 반면 수입은 늘면서 올 들어 이달 10일까지 40여일간 무역적자가 작년 연간적자의 37%인 176억 달러에 달했다. 고물가로 인한 실질소득 감소, 과도한 가계부채와 금리인상에 따른 가처분소득 축소로 소비까지 얼어붙고 있다. 막대한 재고가 쌓인 대기업 가동률은 80% 밑으로 떨어졌다. 기업체감 경기는 2년 4개월 만에 최악이다.

대외 변수들 역시 심상찮다. 미국은 예상외의 고용·소비 호조로 고물가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을 조만간 멈출 것이라는 기대가 꺾이고 있다. 달러화는 다시 강세로 돌아섰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00원을 돌파했다. 환율 상승은 원유,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수입가격을 끌어올려 공공요금을 비롯한 국내 물가를 자극할 뿐 아니라 무역수지까지 더욱 악화시킨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수출에 숨통이 트이길 기대하지만, 중국 경제 역시 부동산 경기침체, 미중 갈등 등으로 빠른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임박한 스태그플레이션에 구조적 요인이 크다는 점이다. 1월 전체 수출에서 대중 수출이 차지한 비중은 19.8%로 20%선이 무너졌다. 내수를 강화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은 2018년 이후 계속 감소세다. 반도체 등 주력 수출품목의 글로벌 시장 구조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물가인상을 이끈 고유가와 강대국들의 충돌 역시 상수가 됐다.

지금이야말로 정부 주도의 국가산업전략에 일대 변화가 필요한 때다. 눈앞의 경기둔화, 무역적자에만 집착할 게 아니다. 10∼20년 뒤 한국을 먹여 살릴 산업구조의 청사진을 새로 그려야 한다.


박중현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