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렵 그는 ‘빨리 프로에 데뷔해 경쟁력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왼팔에 ‘꿈꾸기를 멈추지 말라.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의미의 문신을 새기기까지 했다. 결국 그는 대학을 중퇴하고 실업 무대인 내셔널리그 팀에서 6개월을 뛴 뒤 평소 그의 실력을 눈여겨본 최강희 전북 감독의 품에 안겼다.
베테랑 수비수들로 구성된 전북에서 그는 이번 시즌 데뷔 후 바로 주전을 꿰찼다. 전북이 치른 25경기 중 23경기에 출전한 그는 국가대표 출신 최철순 등과 함께 강력한 수비진을 이루고 있다. 클래식 선두 전북은 김민재의 활약 속에 리그 최소 실점(22실점)을 기록 중이다. 9일 완주군 전북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김민재는 “훈련 때 상대하는 선수가 이동국, 김신욱 등 리그 최고 공격수들이다. 그런 선배들을 막다 실전에 나서면 상대를 한결 편하게 수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이는 어리지만 훈련 때 주눅 들지 않고 선배들의 공을 빼앗기 위해 달려드는 그를 팀 선배들은 ‘우량아’로 부른다.
최 감독의 두터운 신뢰는 김민재의 자신감을 한껏 키우고 있다. 올 시즌 초 김민재는 몇 차례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내줬다. 하지만 최 감독은 질책하지 않았다. 김민재는 “감독님께서 ‘실수해도 나를 쳐다보지 말라’고 하셨다. 그때부터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백패스를 지양하고 전진 패스를 강조하는 최 감독의 공격적인 축구도 김민재의 플레이스타일과 잘 맞았다.
김민재는 몸싸움 능력과 함께 후방에서 패스로 공격을 전개하는 빌드업 능력도 뛰어나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김민재는 홍명보의 발기술과 최진철의 대인 방어능력을 모두 갖춘 수비수다. 체격이 큰데 발도 빠른 다재다능한 선수다. 한국 축구의 대형 수비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김민재의 운동 능력은 학창 시절 유도 선수였던 아버지와 육상 선수였던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았다. 그는 “아버지께 골격을, 어머니께 스피드를 물려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경남 통영에서 탁자 6개가 있는 작은 횟집을 운영하는 김민재 부모는 어려운 형편에도 아들을 축구 스타로 키웠다. 김민재는 “나를 위해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보면서 성공에 대한 열망이 커졌다”고 말했다.
전북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김민재가 이란(31일), 우즈베키스탄(9월 5일)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앞둔 국가대표팀에 승선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최종예선 8경기에서 10골을 내줬다. 슈틸리케 감독 경질 이후 사령탑에 오른 신태용 감독은 수비 불안 해결을 위해 고심 중이다. 김민재는 “그동안 연령별 대표팀에 소집돼 훈련을 하거나 평가전을 뛴 적은 있지만 항상 최종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면서 “대표팀에 가게 된다면 전북에서처럼 죽어라 뛰겠다”며 웃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