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낙관론과 비관론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4일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석 달 전 예상보다 0.5%포인트 높은 -2.2%로 전망했다. 반면 이보다 이틀 전 세계은행은 올해 전망치를 3월 발표한 -1.7%보다 1.2%포인트 낮은 -2.9%로 하향조정했다. 미국 뉴욕대의 누리엘 루비니 교수 등 내로라하는 세계적 경제학자들도 견해를 수시로 바꾸고 있다. 오죽하면 미국 컨설턴트인 윌리엄 서든이 미래를 파는 사람들이란 책에서 권위 있는 전문가들의 사회경제적 예측에 엉터리가 얼마나 많았는지 소개하면서 예측을 믿느니 차라리 동전을 던져라고 했을까.
유럽연합(EU) 27개국 정상들은 이달 1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정례회의에서 세계경제 회복의 초기 징후가 나타나고 있어 출구()전략을 검토할 시점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일부 경제 지표가 호전되자 경제정책의 출구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왔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의 골이 예상보다 깊을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증시도 다시 불안해져 보통사람들은 갈피를 잡기 어렵다.
출구전략이란 어떤 정책을 선택한 뒤 예상되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그로부터 빠져나오는 전략을 말한다. 요즘 논의되는 출구전략은 경제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각국이 경쟁적으로 풀었던 돈이 앞으로 초()인플레이션을 부를 수 있으니 통화긴축을 통해 흡수해야한다는 게 핵심이다. 지난날 해외에 파병된 미군이나 일본 자위대의 출구전략을 준비해야 한다는 글이 미일 언론에 실리는 등 외교정책에서도 이 말이 심심찮게 쓰인다.
앞으로 언젠가는 정책전환이 필요하겠지만 지금처럼 글로벌경제의 불확실성이 크고 정치사회적 변수까지 경제를 휘감고 있는 현실에서 섣불리 출구전략을 쓰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 1997년 일본의 하시모토 류타로 내각은 일부 경제지표가 호전되자 일본경제의 불황은 끝났다고 선언한 뒤 소비세율과 금리 인상에 나섰다가 경기를 급랭시키고 재정부담만 키웠다. 며칠 전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말했지만 아직은 제비 한 마리를 보고 봄을 노래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권 순 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