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은 27일 한국언론재단 이사장 임명과 관련해 산하단체 기관장의 경우 연임은 안 된다는 것이 참여정부의 인사원칙이라며 언론재단에서 신임 이사장 임명제청이 오면 시간을 끌지 않겠다고 말해 임명 거부 방침을 확실히 했다.
이날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힌 정 장관은 2000년 1월 보건복지부 장관이 산하 병원 이사장의 임명을 거부해 일어난 법률소송에서 정부가 승소한 대법원 판례를 제시하며 거부에 합당한 사유가 있는지 없는지를 떠나 산하 단체장 임명은 주무관청의 권한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이사회가 열리기 전 박기정() 현 이사장을 만나 서동구(전 KBS 사장) 씨를 차기 이사장으로 직접 추천한 사실도 밝혔다. 정 장관은 서 씨가 언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좋은 생각을 갖고 있고, 과거 KBS 건(2003년 서 씨가 KBS 사장 임명 11일 만에 사퇴한 일)도 있어 박 이사장에게 이번엔 잘 되도록 도와 달라고 말했지만 (박 이사장이) 서 씨와 해소 안 된 부분이 있다고 얘기했다며 박 이사장에게 연임 의사가 있는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의 언론정책고문을 지낸 서 씨를 추천한 것이 코드 인사가 아니냐는 질문에는 정부광고 대행 수수료 121억 원 등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언론재단에 정부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냐라며 코드(인사)는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당초 27일 자신의 거취를 결정하기로 했던 박 이사장은 이날 오후 제청 시기에 관해 시간을 두겠다고 밝혔다. 박 이사장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감독관청의 장이 임명 거부 의사를 밝히자마자 임명제청을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제청시기를 늦추겠다며 그러나 재단으로서는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야 하므로 문화부 장관이 거부하든 안하든 제청은 반드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재단 현 이사장의 임기는 31일로 만료된다.
한편 한나라당은 여권의 박 이사장 사퇴 압력에 대해 정략적 언론정책이라고 비난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이날 당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적법절차로 선출된 언론재단 이사장에 대해서도 코드가 안 맞는다는 이유로 사퇴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이 정권의 편파적이고 정략적인 언론정책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강두() 최고위원도 정부가 박 이사장 사퇴 압력을 넣는 배경엔 신문발전기금을 관장하고 있는 언론재단을 장악해서 언론을 장악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며 비판에 가세했다.
정은령 정연욱 ryung@donga.com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