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안보이는 환율]환율 상승세, 왜? 美금리 우려 커지자 강달러 힘실려 외국인은 20거래일째 69조원 ‘팔자’… 수출기업도 투자 대비 달러 안풀어 일각 “환율 1600원 넘을수도” 전망… 민간소비 위축 등 실물경제 직격탄
인천공항서 달러 살 땐 1624원 7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의 KB국민은행 환전소에 달러 매입 가격이 1624.26원으로 표시돼 있다. 인천=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정부 구두 개입에도 환율 오름세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환율 상승은 원유, 원자재, 식자재 등 수입품 가격을 끌어올려 소비자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기업의 생산비 부담을 가중한다. 여기에 미국 기준금리가 오르면 달러 강세가 이어져 환율 상승세를 더욱 키울 수 있다. 고환율이 장기화할 경우 물가와 금리, 내수 경기를 동시에 압박해 한국 경제의 최대 위험 요인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울 외환시장에 달러가 유입될 유인을 찾기 어렵다”며 “앞으로 환율이 1600원을 넘어갈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 미 금리 인상-주식 순매도, 환율 자극
광고 로드중
외국인의 국내 주식시장 순매도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고환율을 부추기고 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달 7일부터 이달 5일까지 20거래일 연속 순매도에 나섰다. 이 기간 순매도 규모는 69조4000억 원이다.
반도체 등 수출로 외화를 벌어들인 기업이 달러를 좀처럼 원화로 환전하지 않는 경향도 환율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 현지 투자 확대, 해외 자금 수요 등에 대비해 계속 달러를 들고 있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단기적으로 여러 요인이 쌓여 있는 만큼 8일에도 환율이 더 오를 가능 가능성이 크다”며 “당분간 안정되기는 쉽지 않다”라고 짚었다.
● 물가 자극 등 실물 경제 직격탄
환율이 오르면 실물 경제에 직격탄이 된다. 당장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석유류와 축산물, 수산물 등의 수입 물가가 뛰면서 5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년 전보다 3.1% 올랐다. 고환율 현상으로 수입 쇠고기 가격이 7.6% 뛰었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갈치(15.1%)와 조기(14.6%), 고등어(5.1%) 등도 크게 올랐다. 한은은 이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도 지난달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광고 로드중
기업들도 고환율의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환율 상승은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지만, 원유와 원자재 등 수입 비용이 함께 증가해 생산비 부담도 커진다.
금융시장 불안도 변수다. 미국 금리 인상 압력에 따른 뉴욕증시 하락 여파가 국내 증시로 이어지면 외국인 자금 유출이 확대돼 원화 약세(환율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외국인들이 단기 급등한 코스피에 대한 차익 실현에 나설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7일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헤지펀드들이 반도체 등 인공지능(AI) 인프라 관련 종목을 중심으로 코스피 비중을 줄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재정경제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7일 긴급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최근 원화 약세 흐름에 편승한 투기 수요가 엿보인다며 시장 교란 행위에 엄정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광고 로드중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