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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철도 무임승차, 모두를 위해 해법 찾아야[기고/최진석]

입력 | 2026-05-12 23:07:00

최진석 철도경제연구소장


최근 도시철도 무임승차가 논란이 됐다. 중동전쟁 여파에 따른 고유가와 대중교통 혼잡 문제로 대통령이 출퇴근 시간대 노인 무임승차 제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다.

도시철도 무임승차는 노인에 대한 국가적 배려 차원에서 1980년 4월 대통령 지시로 시작됐고, 이후 1984년 6월 ‘노인복지법’, 1985년 1월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등이 제정되면서 법적 근거를 확보했다. 1990년대 지방자치제도가 뿌리내리기 이전에 국가가 도입한 것이다.

도시철도 무임승차는 반복된 연구 등을 통해 사회·경제적 편익이 입증됐다. 다만 편익은 사회 전체(복지, 의료비, 경제 활성화 등)에서 발생하지만, 비용은 도시철도 운영 기관에 전가되는 불균형한 구조라는 게 문제다. 도시철도 운영 기관은 노동과 예산을 들여 ‘이동 서비스’라는 상품을 만들어 이용자에게 제공한다. 이용자는 그 대가로 운임을 지불하고, 운영 기관은 안전은 물론 서비스 개선과 유지를 위한 재원으로 운임 수입을 사용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무임 수송 손실을 보전받을 법적·제도적 장치가 전무하다. 해외 지하철과 달리 우리나라에는 관련 규정이 없어 전국 도시철도 운영 기관은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져 있다.

게다가 도입 당시(1984년) 4.1%에 불과했던 고령화율이 2025년 5배 이상인 21.2%로 증가하면서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최근 5년간 서울교통공사가 부담한 무임승차 손실은 연평균 3645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무임승차 손실은 4488억 원으로 당기순손실 8268억 원의 절반을 훌쩍 넘겼다. 더 우려되는 점은 향후 고령화율이 더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까운 미래에는 2명 중 1명이 무임승차 대상이 될 것이라고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도시철도 운영이 지방 사무라는 이유로 모든 책임을 지자체나 운영 기관에 떠넘기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23년에는 국가보훈부 주도로 보훈보상대상자 무임승차제도까지 도입됐다. 또 다른 무임 대상이 추가된 것이다. 이번에도 정부는 도시철도를 배제한 채 코레일과 버스에만 손실 보전금을 지원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7월 국가보훈부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올해 2월에는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도 신청했다. 이는 특정 기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아니라 고착화된 제도적 한계를 타파하기 위한 시도다. 보편적 복지 서비스라는 관점에서 새로운 대안을 찾고자 고심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시철도는 국민의 일상과 직결된 공공 시스템이다. 원활한 운영은 곧 국민의 안전과 편의, 나아가 지역 발전으로 이어진다. 그렇기에 국민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공공 서비스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책임 소재를 따지는 소모적 논쟁이 아니다. 도시철도 운영 기관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재정 부담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분담할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전국 도시철도 운영 기관은 지난 46년간 무임 수송을 통해 공공 서비스의 한 축을 묵묵히 지탱해 왔다. 20년이 넘도록 국비 지원을 절박하게 호소해 온 이들의 목소리에 이제는 국가가 답해야 할 때다.



최진석 철도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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