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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게이머 ‘직업병’ 어깨-허리 통증… 한의치료로 다스린다

입력 | 2026-05-13 04:30:00

e스포츠 주치의 된 ‘한의통합치료’
자생한방병원-KT롤스터 스폰서십
곽보성 어깨 손상-이상호 허리 통증… 초음파 활용 약침술-추나로 치료
수술 땐 한 시즌 통째로 날릴 수도… “통증 줄어, 우승컵 들어올리겠다”




이진호 자생한방병원 병원장이 KT롤스터 비디디 선수의 어깨에 초음파 활용 약침술을 실시하고 있다. 자생한방병원 제공

2025년 LCK(LoL 챔피언스 코리아) 올해의 선수상. 정규 시즌 9위에서 플레이오프 역전. 창단 첫 월드 챔피언십 결승 진출.

KT롤스터의 미드라이너 ‘비디디’ 곽보성(27) 선수가 지난 시즌 쌓은 기록이다. 그런 그의 오른 손목에는 500원짜리 동전만 한 굳은살이 훈장처럼 박혀 있다. 10대 중반부터 하루 평균 15시간 넘게 마우스를 쥔 결과다. 프로게이머로서 화려한 성적 이면에는 조용히 쌓여가는 몸의 부담이 있었다.

프로게이머 일일 평균 연습 시간 12.8시간…
젊음이 방패가 되지 않는 이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조사한 프로게이머 일일 평균 연습 시간은 12.8시간이다. 비디디 선수 또한 마찬가지다. 국내 최정상급 미드라이너 반열에 오른 선수라면 그 이상의 연습량이 몸에 배어 있다고 봐야 한다. 마우스를 쥔 손목은 1분에 수백 번의 클릭과 정밀한 조작을 반복하고 모니터를 향해 앞으로 당겨진 어깨는 경기 내내 긴장 상태를 유지한다. 대부분의 프로게이머는 10대 후반에 데뷔한다. 젊은 나이임에도 남들보다 압도적 시간으로 근골격계를 혹사하기에 젊음이 방패가 되진 못했다.

자생한방병원을 찾은 비디디 선수는 초음파 검진 결과 오른쪽 어깨 회전근개에 부분 손상이, 손목에는 건초(힘줄집)염 등이 확인됐다. 같은 팀 서포터 ‘에포트’ 이상호(25) 선수 역시 장시간 틀어 앉는 자세가 반복되며 허리 주변 근육이 굳고 디스크에 부담이 쌓인 상태였다.

주치의인 이진호 자생한방병원 병원장은 “e스포츠 선수들은 반복 동작과 고정 자세가 동시에 작용하는 직업 특성상 근골격계 부담이 매우 빠르게 쌓인다”며 “특히 어깨는 앞으로 당겨진 자세에서 회전근개에 지속적인 압박을 가하고 손목은 정밀 조작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건초와 인대에 미세한 손상이 누적된다”고 설명했다.

초음파 활용 약침술, 근골격계 통증 감소 효과

이진호 자생한방병원 병원장과 비디디(오른쪽), 에포트(왼쪽) 선수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 병원장이 두 선수에게 적용한 첫 치료는 ‘초음파 활용 약침술’이었다. 초음파진단 기기를 실시간 활용해 손상 부위를 정밀하게 확인하면서 약침을 주입하는 방식이다. 약침은 한약재에서 추출·정제한 유효 성분을 경혈에 주입해 염증을 억제하고 손상된 신경과 조직 회복을 돕는 치료법이다. 여기에 초음파를 결합하면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운 미세 손상 부위까지 정확히 표적할 수 있어 치료 효과와 안전성이 동시에 높아진다.

약침 치료의 임상 효과는 여러 연구 논문을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있다. 그중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 학술지 ‘통합의학연구’에 게재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약침 치료를 받은 어깨 통증 환자들의 통증숫자평가척도(NRS: 0∼10)가 치료 전 7점에서 7주 후 1.63점으로 약 7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국제 학술지 ‘헬스케어’에 게재한 논문에선 허리디스크로 NRS가 10점인 환자가 초음파 활용 약침술을 받은 결과 7일 만에 통증이 50% 감소했으며 치료 종결 시점에는 90% 이상 경감 효과를 보였다.

척추·관절 통증, 추나요법으로 개선…
건보 적용으로 비용 50% 경감

이진호 자생한방병원 병원장(오른쪽)이 에포트 선수에게 추나요법을 실시하고 있다.

이 병원장은 두 선수에게 추나요법도 병행했다. 추나요법은 한의사가 직접 척추와 관절을 교정해 틀어진 정렬을 바로잡고 신경 통로를 넓혀주는 치료다. 비디디 선수의 경우 목과 허리가 장기간 전방으로 쏠려 어깨와 손목에 가해지는 하중을 키우고 있었다. 에포트 선수는 허리 주변 근육 불균형이 척추 정렬에 악영향을 주는 상태였다.

추나요법은 반복 작업으로 체형이 틀어지거나 고정된 자세로 오래 업무를 수행하는 이들에게 효과적이다. 추나요법의 치료 효과 역시 다양한 연구 논문을 통해 입증된 바 있으며 이러한 효과를 인정받아 2019년부터 건강보험 적용을 받고 있다. 1인당 연간 20회까지 국가가 최대 50%의 비용을 부담한다.

한의통합치료, 2030세대에게 현실적 접근일 수밖에 없는 이유

비디디와 에포트 선수는 은퇴 시기가 빠른 e스포츠 특성상 수술은 선택하기 어려운 옵션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한의통합치료가 현실적인 대안 치료였다고 말한다. 특히 회전근개 수술을 받으면 4∼6주간 보조기로 어깨를 고정해야 하고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려면 수개월 이후에나 복귀가 가능하다. 시즌 일정을 감안하면 사실상 한 시즌을 통째로 쉬어야 할 수도 있다.

두 선수는 치료 효과가 뛰어나 팀 동료들은 물론 주변 지인들에게도 한의통합치료를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디디 선수는 “한의통합치료가 처음에는 생소했지만 우리 팀과 자생한방병원 스폰서십에 따라 관련 치료를 받아왔다”며 “치료 이후 어깨가 몰라보게 가벼워지는 게 느껴졌고 손목도 클릭할 때 저릿한 감각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치료를 꾸준히 받아 컨디션을 잘 유지해 올 시즌 월드 챔피언십 우승컵을 들어 올리겠다”고 다짐했다.

자생한방병원과 KT롤스터는 지난 2023년 11월 스폰서십 계약을 맺고 동행을 이어오고 있다. 자생한방병원 의료진은 KT롤스터 선수들의 목·어깨·척추·손목 등 근골격계 건강을 책임지고 있으며 KT롤스터 선수들은 자생한방병원 로고가 부착된 유니폼을 입고 e스포츠 대회에 출전 중이다.

이 병원장은 “한의통합치료가 40대 이상에게는 익숙하지만 2030세대에게는 낯설 수 있다”며 “약침과 추나요법 같은 한의통합치료는 나이와 관계없이 근골격계 손상과 통증에 효과적으로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e스포츠 선수들은 물론 장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 일하는 2030 직장인들 역시 근골격계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며 “근골격계 질환은 방치할수록 회복 기간이 길어지고 만성화될 수 있기 때문에 젊음만 믿고 방치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최해진 기자 haeh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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