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시간이상 충전땐 과태료 규정에도 지자체별로 달리 적용해 혼란 커져 신고해도 구청선 “기어 사진 보내라” “주차시간 초과분 비례 과태료 필요”
전기자동차 보급 100만 대 시대를 열면서 충전, 주차 문제를 둘러싼 갈등도 커지고 있다. 서울의 한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차가 충전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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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전기자동차를 6년째 운전 중인 직장인 장정호 씨(36)는 최근 아파트 주차장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전기차 충전 공간 진입로를 막고 있는 차량을 구청에 신고하자 “해당 차량의 기어가 중립 상태가 아니라는 걸 영상으로 찍어 보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장 씨는 “장애인 주차 공간 진입 방해는 사진만 찍어 신고해도 바로 과태료가 부과되는 것과 딴판이었다”며 “전기차 타는 사람들에게 충전을 제때 못 하는 게 가장 불편한데 제도적 뒷받침이 여전히 미흡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운행 중인 전기차가 누적 100만 대를 돌파한 가운데 아파트 단지 등에서 충전과 주차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전기차 관련 민원에 대한 대응 방침도 제각각이어서 이용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보급 확대만큼 이용자 이탈을 방지하는 대책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 법 규정과 달리 충전기 ‘길막 차량’ 신고도 안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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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완속 충전기에 14시간 이상 주차할 경우 과태료 10만 원을 부과하는 식이다. 일부 공공건물과 100채 이상의 아파트 등은 동일하게 이 규정을 따라야 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지자체들이 규정을 다르게 적용해 혼란이 커지고 있다. 3년째 전기차를 타고 있는 직장인 박모 씨(32)는 “완속 충전기에 20시간 넘게 주차한 차량이 있어 신고했더니 우리 지자체는 민원을 안 받는다고 하더라”며 “관련 규정을 언급해도 ‘지자체 재량이 우선’이라는 얘기만 들었다”고 말했다.
● “과태료 부과 현실화 필요”
잇따른 지하 주차장 전기차 화재 사고 등의 여파로 일부 아파트는 자체적으로 규정을 마련해 완충된 차량의 지상 주차를 권고하거나 수리나 고장 등을 핑계로 지하 충전기를 꺼두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진다. 서울시는 90% 이상 충전한 전기차의 지하 주차장 출입을 금지하는 대책을 추진하다가 거센 반발에 부딪혀 철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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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전기차 누적 420만 대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보급 확대에만 주력하는 정책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법만 만들어 놓고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면 ‘안티’ 전기차 이용자가 속출할 수 있다”며 “충전소에 센서를 달아 규정을 지키지 않는 이용자를 효과적으로 적발하고 주차시간 초과분에 비례하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